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바리 Oct 04. 2022

아프리카가 있는 세계

영화 '블랙팬서'와 아프로퓨처리즘(Afrofuturism)

어제 마블 '블랙팬서' 시리즈의 두 번째 영화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 공식 예고편이 공개되었다.

예고편 영상: https://youtu.be/ku9l1fHo5XE


이번에 공개된 약 2분 분량의 예고편은 1편의 블랙팬서이자 2020년 세상을 떠난 배우 채드윅 보스만을 추모하는 와칸다 사람들의 모습으로 시작해서 와칸다의 새로운 위기와 영웅, 그리고 투쟁의 조각들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마블 영화에선 영원한 이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좋다. 여기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더라도 다른 멀티버스에서는 존재할 수 있고, 누군가 세상을 떠나더라도 다른 이가 그를 계승한다. 그렇게 채드윅 보스만의 트찰라, 블랙팬서도 마블 세계관에서 영원히 살아갈 것이다.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 포스터


주연 배우의 사망과 극 중 장례식뿐만 아니라 블랙팬서에서는 미국의 흑인 민권 투쟁 단체인 '흑표당(Black Panther Party)'과 이름이 같은 영웅,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식민주의 비판, 아프리카 디아스포라의 삶, 코사어(isiXhosa)와 아프리카 다양한 민족의 복식, 그리고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 뒤집기까지, 다양한 아프리카적 현실과 상상의 세계가 교차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블랙팬서를 '아프로퓨처리즘(Afrofuturism)'과 연결해 설명하곤 한다.


'아프로퓨처리즘'은 1990년대부터 문화계에서 먼저 쓰이기 시작한 표현으로, 주로 아프리카인과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그리고 그들의 문화가 중심이 되는 세계관을 상상하는 사회, 정치, 예술 운동을 의미한다. 아프로퓨처리즘은 제국주의와 노예제에 착취당한, 그리고 오늘날에도 차별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시좌에서 세상을 그리기 때문에 역사와 문화, 기술과 사회에 대해, 무엇보다도 우리 모두의 미래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자 힘이다.


마블의 영화 블랙팬서는 유럽의 식민 지배를 받지 않고, 풍부한 천연자원을 침탈당하지 않은 가상의 아프리카 왕국 '와칸다'를 무대로 전통과 과학기술의 공존, 아프리카 안팎의 아프리카인들의 연결, 지구촌의 리더로 활약하는 아프리카인과 국가의 역할을 상상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세계관과 사회 구조를 비판적으로 생각해보기도 하고, 만약 차별받고 착취당한 경험이 있는 관객이라면 해방감을 느끼기도 한다. 블랙팬서 첫 번째 영화를 영화관에서 볼 때 상영관을 가득 채운 코사어 대사들에 쾌감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블랙팬서'외에도 흑인 여성 SF 작가인 옥타비아 버틀러의 소설들, 최근 개봉한 <놉>의 감독인 조던 필의 '겟 아웃'이나 '어스' 등도 흑인의 눈으로 보고 상상하는 세계를 잘 그리고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조던 필 '놉' 리뷰: https://brunch.co.kr/@theafricanist/177)


아프로퓨처리즘을 설명하는 여러 글들은 결론에서 상상력이 가진 변화의 힘을 언급하곤 한다. 아프로퓨처리즘은 단순히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역사에 만약이 있다면~'을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존재하고, 보이는 세계를 상상하는 것이기 때문이며, 상상할 수 있어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블랙팬서: 와칸다포에버'는 11월 11일 미국에서 개봉할 예정이고 국내 개봉일은 11월 중이긴 하지만 아직 미정이다.


와칸다 포에버!

매거진의 이전글 아프리카, 사람, 책 사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