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대한 '이상한' 편견에서 벗어나기
뉴욕에 있는 용커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두 통의 감동적인 편지를 받았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다』*를 읽고 보낸 편지들이었다. 그중 한 학생은 아프리카 부족의 관습과 미신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매우 기뻤다고 했다. 나는 이 가벼운 조우들로부터 어찌 보면 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무거운 결론을 도출해 보려고 한다. 그 무거운 결론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으면 한다. 나는 용커 고등학교의 한 학생이, 물론 나이가 어린 탓이라 생각되지만, 반드시 깨쳐야 할 심각한 그 무엇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뉴욕의 용커 고등학교 학생들, 다시 말해 그 학생들과 동일한 부족들 역시 여느 문화권에서와 마찬가지로 뭔가 알기 힘든 이상한 습속과 미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이상한 습속과 미신이라는 말만 들으면 늘 아프리카를 연상한다는 점이다.
- 치누아 아체베 (이석호 옮김), "아프리카의 이미지: 콘라드의 『어둠의 속』에 나타난 인종차별주의", 『제 3세계 문학과 식민주의 비평』 p.15.
*치누아 아체베의 1958년 소설 Things Fall Apart.
한 번은 같이 일하는 르완다 동료들과 점심을 먹다가 콩고(딱히 콩고 공화국과 콩고민주공화국을 구분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르완다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DR 콩고를 주로 말하는 것 같았다) 이야기를 했다. 르완다 사람들은 종종 "'콩고만'(Congo man)들은 말이야~" 하면서 콩고 사람들을 비하하는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그 이야기를 계속 듣다 보니 저들이 말하는 '콩고'에 가면 외국인인 나는 며칠 못가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그날은 '사업소 점심으로 고기가 안 나온 지 오래됐다'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자연스럽게 고기에 대한 이야기로 흘렀는데, 마지막엔 콩고인들의 육식 문화에 대한 이야기로 끝났다.
콩고인들은 "고기는 고기! (Nyama ni Nyama)"라며 '기이하게도' 개도 먹고, 뱀도 먹고, 박쥐도 먹고, 개구리도 먹고, 심지어 사람도 먹는데, 특히 무중구(Muzungu, 키냐르완다어에서 백인을 뜻하는 단어이다. 원래 의미에서 확장되어, 피부색이 밝은 외국인 전반을 무중구라고 보통 부른다. 스와힐리어로는 음중구Mzungu이다.) 고기를 좋아하니 나에게 콩고에 가지 말라고 했다.
콩고인의 육식 문화에 대해 듣다 보니 한국이 생각났다. 한국 사람들이 사람이나 박쥐(를 안 먹는지 확신이 들지는 않는다)를 먹지는 않지만, 이미 개도 먹고, 뱀도 먹고, 개구리도 먹는다는 것만으로도 한국 식문화도 르완다 사람들에겐 '이상한 습속'이기에 충분하다. 예전에 한 번은 설날을 설명하다가 조상님들에게 한 상 차려드린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 이야길 들은 친구가 그럼 진짜 귀신이 와서 먹는다고 생각하냐며 희한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르완다나 탄자니아의 식문화는 이상한가? 당연히 우리와 다르고 신기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음식 참 희한하네!' 같은 말은 르완다나 탄자니아에서보다 영국에서 더 많이 했다. ('어쩜 이 살 많고 보드라운 생선을 이렇게 튀겨버렸지?', '어째 햄버거에 패티는 두 개 넣고 채소라곤 넣다 만 것 같은 양파만 넣을 수 있지?', '고기를 넣은 파이인데 어떻게 이렇게 맛이 없지?')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의 식문화는 놀랍게도 콩고의 식문화와 비슷한 점이 있기도 하다. 개도 먹고, 뱀도 먹고, 개구리도 먹는 나라가 모여서 국제기구를 결성한다면 가입국이 몇이나 되겠는가? 르완다 사람들이 평소 콩고에 대해서 과장되게 말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 국제기구의 대표국은 한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프리카인들의 언어, 존재하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쓰는 용어, '아프리카어'도 당연히 우리와 당연히 다르고 신기하다. 나에겐 특히 르완다의 키냐르완다어가 정말 어렵다. 발음이 너무 어렵다. (왜 'Nitwa'라고 쓰고 '닛콰'라고 읽는지, 왜 'Nta kibazo'라고 쓰고 '나키바죠'처럼 발음하는지, 게다가 여기 '나' 발음할 때 코로 바람을 내보내며 소리를 내야 한다는데 어떻게 하는 건지) 하지만, 내가 그동안 조금씩 맛만 보았던 언어들인 중국어, 아랍어, 일본어 등등보다 특별히 이상하거나, 신기하거나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스와힐리어나 키냐르완다어는 로마자 알파벳을 차용해서 쓰고 있어서, 앞서 말한 언어들보다 덜 낯설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프리카인들의 예술, 예를 들자면, 또 뭔지 모르겠지만, 많이들 이야기하는 '아프리카 춤'(아시아 춤! 아메리카 춤! 아니, 당장에, 한국 춤!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이 우리와 같다면, 유럽과 같다면, 전혀 이질감이 없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 아닐까?
아프리카에는 '당연하게도' 신기하고 이상한 것들이 많다. 그런데, 공평했으면 좋겠다. 유럽 어느 나라의 언어, 아시아 다른 나라의 전통춤, 북미 어느 나라의 식문화, 오세아니아 어느 나라의 주거 문화에 비해서 아프리카의, 아프리카 어느 나라의 OO만 유달리 이상하고 신비로워야 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게 아니라면, 그 편견이라도 공평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