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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바리 Aug 01. 2018

아프리카는 사람들이다

치누아 아체베, "Africa is People"

영화 <블랙팬서>의 앞부분에는 티찰라가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아버지 티차카의 사망 뉴스를 보는 장면이 나온다. 뉴스 앵커는 와칸다를 '세계 최빈곤국', '험준한 산', '열대우림', '국제무역/원조 전무'로만 설명한다. 영화이긴 하지만, 그래도 '세계화'시대에 외국인들이 와칸다의 진짜 모습을 모를 수 있었던 진짜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그냥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 이상으로 알려는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이지리아의 작가 치누아 아체베는 어느 날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무력충돌을 다룬 뉴스를 보았다. 뉴스는 정말 짧았다. 앵커는 충돌이 일어났다는 사실과 배경지식으로 두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라는 정보만 던져주곤 다른 뉴스로 넘어가버렸다. 시청자에게 아프리카에서 날아온 나쁜 뉴스에 대해 숙고해볼 시간은 전혀 주어지지 않았다. 치누아 아체베는 도대체 빈곤이라는 정보가 두 나라의 분쟁을 이해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는냐며, 비슷한 수의 단어이지만 가난한 나라라는 정보 대신 에리트레아가 에티오피아의 일부였다는 사실을 전했으면 어땠겠냐고 묻는다. 하지만 그들에겐 빈곤이라는 단어가 더 매력적이고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언제나 아프리카 국가들을 빈곤한 나라로만 소개한다. 


1989년 아체베는 OECD 회의에 초대받았다. 그는 초대에 응하긴 했지만, 작가인 자신이 거기서 뭘 해야 할지 의문스러워했다. 당시 OECD는 남반구 국가들에 신자유주의 정책을 권하는 Structural Adjustment를 밀고 있었다. 이에 대해 케냐 은행장이 Structural adjustment를 수년째 하고 나서 경제 사정이 더 나빠진 잠비아의 예를 들며 이 방법의 재고를 요청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미국인 전문가는 그에게 '인내를 가지세요, 때가 되면 나아질 겁니다'라는 말만 반복했고, 그때야 아체베는 자신이 여기서 뭘 할 수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이 광경은 마치 소설 쓰기 워크숍 같았다. 자신이 뭘 해야 할지 깨달은 아체베는 발언권을 신청하고 발언대에 섰다.


그리곤 자신이 깨달은 사실, 이 회의는 마치 소설 쓰기 워크숍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여기서 여러분들은 상상의 실험실에서 실험될 여러분들의 이론을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새로운 약을 개발하고, 그걸 실험용 쥐에게 먹이며 효과가 있길 바라고 있어요. 여러분들에게 뉴스가 하나 있습니다. 아프리카는 소설이 아닙니다. 아프리카는 사람들입니다. 진짜 사람들이요. 이렇게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여러분들은 똑똑한 사람들, 세계적인 전문가들이잖아요. 여러분들이 정말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을 수 있죠, 하지만 진짜 아프리카를 사람으로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이는 1989년의 일이지만, 여전히 유효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제개발업계는 그동안 의도한 성과를 냈는가? 수많은 실패에 대해선 어떻게 반성했는가? 오늘도 불확실한 실험을 계속해 나가고 있는 건 아닌가?


아체베는 인종에 따른 차이는 없다고 믿는다며, 가난한 이들, 그리고 흑인들의 나라에 그들의 삶을 걸고 모험해볼 수 있는 첫 번째 기회를 줘보자고 말한다. 이는 비용은 적게 들지만, 성과는 백인과 흑인 똑같이 대단할 것이라며 자신을 믿어보라 했다.


그리고 아프리카는 사람들을, 사람들의 협력을 믿는다며 반투 민족의 유명한 격언과 함께 이 일화가 담긴 에세이는 끝났다.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있기 때문에 사람이다" (반투민족 격언)



에세이 "Africa is People"은 펭귄북스가 엮은 치누아 아체베의 에세이집 "Africa's Tarnished Name"에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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