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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바리 Sep 09. 2018

다 함께 짓자 고릴라 이름

Kwita Izina 2018: 르완다의 고릴라 이름 짓기 행사

르완다 관광계에서 가장 유명한 행사인 Kwita Izina (키냐르완다어로 이름을 짓는다는 의미)의 2018년 행사가 9월 7일 개최되었다. 전 세계에 약 천여 마리만 존재하는 멸종위기 동물인 마운틴고릴라를 보호하자는 의미에서 2005년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약 200마리의 마운틴고릴라가 10개의 가족을 이루어 살고 있는 볼케이노 국립공원(Volcano National Park)의 관문인 무산제(Musanze) 지역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에서는 지난 행사 이후 태어난 총 23마리의 아기 고릴라가 이름을 얻었다.


올해 새로 이름을 얻은 아기 고릴라들. 화면캡쳐: 르완다 개발청(RDB)


Kwita Izina행사는 친지와 이웃이 모여 새로 태어난 아기의 이름을 함께 짓던 전통에서 따왔다. 과거 르완다에서 새 아이가 태어나면, 약 8일 후 부모는 친지와 이웃을 초대해 아이의 탄생을 알리고 음식과 음료를 나눴다. 음식을 나누고 나면, 그 날 초대된 아이들이 둘러앉아 차례로 새로 태어난 아기의 이름을 제안하고 주로 아기의 아빠가 제안된 이름 중에서 아기 이름을 선택했다. 이런 식으로 르완다 사람들은 새롭게 세상에 나온 아이를 환영했다.

 

마운틴고릴라를 위한 Kwita Izina행사에서는 각계의 명사들이 아기 고릴라의 이름을 지어준다. 이날 행사의 주최자 역할을 했던 르완다 총리 Edouard Ngirente는 행사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행사는 우리 사람들에 관한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 환경과 마운틴고릴라를 보호하는 것은 우리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에 도움이 됩니다. 야생과 사람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은 서로에게 도움이 됩니다.


마운틴고릴라를 포함한 르완다의 야생 생태계는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르완다의 주요 수입원이다. 특히 르완다에서 가장 높은 카리심비 산(3,800m)과 절경을 자랑하는 비소케 산을 품고 있으며, 마운틴고릴라와 골든 멍키의 서식지인 볼케이노 국립공원이 만드는 관광수입이 막대(2016년 약 180억 원)하며, 국립공원이 벌어들이는 수익의 10%는 국립공원 인근의 공동체에 환원되어 각종 기반시설 구축에 활용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희귀할 뿐 아니라 여러모로 르완다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마운틴고릴라인 만큼, 아기 고릴라의 이름을 지어주는 행사에 초대받는 것은 커다란 명예이다. 이번 행사에 초대되어 아기 고릴라에게 이름을 지어준 명사는 총 23명인데, 그중 일부만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Dr. Abdulaziz Ali Bin Rashid Al Nuami

아랍에미레이트의 왕족으로 "Green Sheikh"로도 알려진 그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환경 이슈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이날 그는 Agashya 가족의 아기고릴라에게 "Nayombi"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Nayombi"는 르완다어로 "뛰어난 고객 관리"를 의미한다고 한다. 


Dr. Olusegun Obasanjo

Obasanjo 나이지리아 전 대통령. Photo: Flickr / Friends of Europe

나이지리아의 전 대통령 Obasanjo는 "저는 이 특별한 방식의 환경보호 인식 개선을 축하합니다. 이 특별한 종의 동물을 기리는 것은 기후변화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라며 Musilikare 가족의 아기 고릴라에게 그의 중간 이름인 "Aremu"를 붙여주었다. 요루바어로 "Ameru"는 "가족에게 도움이 되는 아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Graca Machel

한때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와 모잠비크의 사모라 마셸 대통령의 부인이었고, 지금은 정치인이자 활동가로 아프리카 대륙의 존경을 받는 Graca Machel은 Kwitonda 가족의 아기 고릴라에게 "Urugori"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Urugori"는 르완다 여성들이 머리에 쓰는 장식으로 여성에 대한 존중을 상징한다. 

르완다 정부의 사회보장 프로젝트의 수혜자인 Susanne Nyiramahungura씨. Urugori를 머리에 착용하고 있다. Photo: Flickr / World Bank


Akon

세네갈계 미국 가수이자, Akon Lightening Africa라는 단체를 설립해 아프리카 각국에 태양광 에너지를 지원하고 있는 Akon은 Igisha 가족의 아기 고릴라에게 르완다어로 "자비"를 의미하는 "Ineza"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최근 르완다 정부가 프리미어리그 아스날 선수 유니폼 소매 후원 (Visit Rwanda)를 하고 있어서, 아스날의 축구 스타들도 행사에 많이 초청받았다.


Alexandra Virina Scott

Alex Scott. Photo: Flickr / joshjdss

영국 국가대표팀에 140여 회 출전했고, 주로 아스날 여성 팀에서 라이트백을 뛰다가 은퇴한 영국 축구선수인 Alexandra는 Isimbi 가족의 아기 고릴라의 이름으로 르완다어로 "금"이나 "소중한 것"을 의미하는 "Izahabu"를 붙여주었다. 


Laureano Bisan Etamé-Mayer

은퇴한 카메룬 국가대표이자 아스날 라이트백 Lauren은 르완다 정부의 아스날 후원이 발표되던 시기 태어난 Kwitonda 가족의 아기 고릴라에게 "팀"을 의미하는 르완다어인 "Ikipe"를 이름으로 붙여주었다.


Hugh Fearnley-Whittingstall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영국의 유명한 스타 셰프 Hugh Fearnley-Whittingstall는 Hirwa 가족의 아기 고릴라에게 르완다어로 "가축"을 의미하는 "Amatungo"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Mafikizolo

2015년 당시 남아공 대통령 부부와 함께 노래하고 있는 Mafikizolo. Photo: Flickr / Government ZA

남아프리카공화국 뮤직 어워드에서 올해의 듀오 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Theo Kgosinkwe와 Nhlanhla Nciza는 Agashya 가족의 아기 고릴라에게 르완다어로 "좋다"를 뜻하는 "Ikiza"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Judith Kakuze

볼케이노 국립공원의 짐꾼이었고, 지금은 볼케이노 국립공원 짐꾼 협회 자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Judith는 Amahoro 가족의 아기 고릴라에게 르완다어로 "성실"을 의미하는 "Indakemwa"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Jeannette Uwiragiye

르완다 폴리텍 대학 Kitabi 캠퍼스(IPRC- Kitabi)의 2017년 삼림보전학부 여성 최우등 졸업생인 Jeannette는 Igisha 가족의 아기 고릴라에게 "Irebe"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Irebe"는 르완다어로 "소중한 것"을 의미한다.


Peter H. Vrooman

주 르완다 미국 대사 Peter는 Susa 가족의 아기 고릴라에게 "Intarutwa", 르완다어로 "탁월함"을 뜻하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Peter 주 르완다 미국 대사 트위터. 화면캡쳐: Twitter @USAmbRwanda


Xinyu Zhang and Hong Liang

Xinyu Zhang과 Hong Liang은 보트와 비행기 등을 직접 운전해서 남극을 포함한 전 세계를 여행한 유명 여행가 부부이다. 이 부부는 Igisha 가족의 아기 고릴라에게 르완다어로 "본보기"를 의미하는 "Urugero"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https://youtu.be/eoQLIYFT7V4


Rao Hongwei

여러 명사들이 각자의 의미를 담은 이름을 아기 고릴라에게 선물했지만, 이날 가장 화제를 모은 이름은 단연 주 르완다 중국 대사의 작명이었다. Rao Hongwei 중국 대사는 Igisha 가족의 아기 고릴라에게 중국어로 "왕왕(旺旺)"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어 많은 르완다 사람들이 재밌어했고, 나에게 "왕왕"이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다. 중국어로 르완다를 표기하면 卢旺达인데, 종종 가운데 글자만 따서 "왕왕(旺旺)"이라고 부르곤 한다는 이유로 이런 별명을 붙여주었다고 한다. 旺자는 왕성하다는 의미로, 아기 고릴라의 진짜 이름은 르완다어로 "번영"을 상징하는 "Uburumbuke"로 지어주었다.



마운틴고릴라를 볼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는 만큼, 고릴라 트레킹은 르완다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 코스 중 하나이다. 하지만 비용은 매우 비싸다. 르완다 정부는 마운틴고릴라를 보호하기 위해 일일 관광 인원을 제한하고 있고, 고릴라 관광 허가를 받는데만 1,500달러를 내야 한다. 


전 세계 마운틴고릴라의 대부분은 우간다, 르완다, 콩고민주공화국에 걸쳐 있는 비룽가 지역(Virunga Massif)에 살고 있다. 르완다를 포함한 각국의 노력으로 1981년 242마리에 불과했던 이 지역의 마운틴고릴라는 2016년 604마리까지 증가했다(르완다 개발청 RDB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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