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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바리 Dec 01. 2019

Party 2019_African Art 전

음파두_바스키야를 짝짝짝, 부쉬_디즈니와 차차차

인사동 마루 갤러리에서 12월 2일까지 진행되는 "Party 2019_African Art"전을 다녀왔다. 어디서도 정보를 듣지 못했던 터라 종료를 하루 앞둔 오늘 부랴부랴 다녀왔는데, 다시 인터넷에 찾아봐도 정말 정보가 없이 '비밀스럽게' 진행된 미술전 같았다.

전시회장 입구. 인사동 마루 갤러리. Photo: 우승훈


이 전시회의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이 미술전의 메인 아티스트는 카메룬의 조엘 음파두(Joel Mpah Dooh, 1956~)와 탄자니아의 부쉬  미키다디(Bush Mikidadi, 1957~)였고, 그 외에도 탄자니아 현대 미술 양식 중 하나인 '팅가팅가' 창시자인 에드워드 사이디 팅가팅가(Edward S. Tingatinga)와 그의 화풍을 이어받은 조지 릴랑가(George Lilanga), 그리고 그의 손자인 헨드릭 릴랑가(Hendrick Lilanga)의 작품도 있었고, 대륙 반대편 세네갈 출신 아티스트인 은도예 두츠(Ndoye Douts)의 작품도 있었다.


탄자니아의 부쉬 미키다디(Bush Mikidadi, 1957~)

"Party 2019_African Art"전에 전시된 부쉬의 작품. Photo: 우승훈

탄자니아에는 팅가팅가(Tingatinga)라는 재밌는 이름의 회화 양식이 있다. 이 이름은 이 회화 양식의 창시자인 에드워드 사이디 팅가팅가(1932-1972)에서 왔는데, 오늘날에는 우리나라 민화와 비슷하게 대상을 과장하여 묘사하고, 강렬한 채색을 주로 하는 스타일을 팅가팅가라고 부른다. 민화와 다른 점이라면 팅가팅가는 주로 에나맬 페인트를 이용한다는 점인데, 나무나 철제를 칠할 때 쓰는 에나맬 페인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색이 아주 강렬하고 그림 전체가 좀 반짝거리는 느낌이 든다.


"Party 2019_African Art"전에 전시된 E.S. 팅가팅가의 작품. Photo: 우승훈


이번 전시회의 메인 아티스트 중 하나인 부쉬의 작품도 팅가팅가 스타일의 그림이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 전시된 작품들은 아주 많은 동물들이 등장하여 함께 무언가(음악회, 결혼, 식사, 그림 그리기 등)를 하는 그림이 많았는데, 한 그림 안에 정말 많은 볼거리가 있어 흥미로웠다. 아래는 전시회 장에 있던 작품 해설의 일부이다.


춤을 추는 사람과 관객이 따로 구분되지 않는다. 모두가 주연이다. 춤에 지쳐서 무대 밖으로 나갔다 할지라도 중앙 무대를 향해서 몸을 들썩거리거나 옆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몸을 흔들어댄다는 점에서 그들은 관객이 아니라 여전히 춤의 주체로 남는다.

카메룬의 조엘 음파두(Joel Mpah Dooh, 1956~)

"Party 2019_African Art"전에 전시된 음파두의 작품. Photo: 우승훈


음파두는 세네갈 출신의 아티스트로, "색의 혼합으로서 강한 파스텔톤을 즐겨 칠하고, 두껍게 칠해진 알루미늄 판을 예리한 면도날이나 송곳으로 긁어내어 흰색을 드러나게 하는"(전시회의 작가 소개 일부) 방식으로 작업을 하곤 한다. 마치 만화 같고 직관적인 팅가팅가 스타일의 그림과 달리 그의 그림은 다소 어둡고 추상적이지만, 그럼에도 현대 아프리카인들의 일상과 삶의 철학을 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인간 간의 물리적인 거리를 좁혀주는 마음의 도구"인 자동차, "더위를 식혀주는 은유의 모습이자 구원의 상징"인 둥근달과 우산 등의 상징들이 흥미로웠다.


그 외 흥미로운 작품들

"Party 2019_African Art"전에 전시된 G. 아세파의 작품. Photo: 우승훈

아침부터 겨울비가 추적추적 와서 가는 길은 그렇게 좋진 않았지만, 전시회장은 아주 넓고 쾌적했다. 특히 전시장 끝부분에 있던 주황색 방은 그 방 자체가 작품 같았고, 그곳에 있던 게타훈 아세파(Getahun Assefa, 에티오피아)의 작품이 특히 돋보였다. 에티오피아 여성 특유의 풍성한 머리 모양과 빛나는 듯한 붉은색들의 조화로 가득 채워진 그의 작품들은 그 방과 아주 잘 맞았다.


"Party 2019_African Art"전에 전시된 두츠의 작품. Photo: 우승훈

세네갈 아티스트 은도예 두츠의 작품은 2015년 부산 KNN 월석 아트홀에서 열렸던 아프리카 현대미술전에서도 봤었는데, 오늘 만난 이 작품은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2015년 아프리카 현대미술전의 아티스트 라인업과 이번 전시회의 라인업이 거의 동일한데, 아마 작품을 담당한 측이 같은 사람인 것 같다.


이번 전시회는 내일인 12월 2일까지 진행되고, 시간은 오전 10시 30분 ~ 오후 6시까지인데 종료 시간은 관람객 수에 따라 앞당겨질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좋은 전시회가 많이 알려지지 못했던 것 같아 아쉽다. 

  



오랜만에 팅가팅가 그림을 보니, 탄자니아에서 일할 때 그림을 배웠던 일이 기억난다. 팅가팅가가 주는 단순하면서도 화려하고, 유쾌한 느낌이 좋아서 동네 화가인 커스버트 음세세(Cuthbert Msese)에게 팅가팅가를 배웠었다. 당시(2013년)만 해도 아직 프린팅 하는 간판이 많지 않다 보니, 동네마다 간판을 그려주거나 벽화를 그려주는 화가들이 살고 있었고, 그중 한 명인 커스벨트와 어떻게 인연이 되어 그에게 그림을 배우게 되었다. 


탄자니아 다레살람의 팅가팅가 예술 협동조합 사무실, 작업실 건물 모습. Photo: 우승훈


나의 팅가팅가 스승님 커트버스. 한 직업교육시설의 간판을 그리고 있다. Photo: 우승훈

단순해 보여서 팅가팅가가 쉬운 줄 알았는데, 막상 배우기 시작하니 그게 아니었다. 연필 잡는 법부터 다시 시작해서 구도와 원근법을 배우고 난 뒤 팅가팅가를 시작할 수 있었다. 다른  그림을 카피하는 것 까진 문제가 없었는데, 나 홀로 그리기를 시작할 때 어려움이 생겼다. 왠지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유치해  보이고, 다른 팅가팅가에서 느껴지는 유쾌함이 없는 것 같고, 색깔도 잘 못 고른 것 같은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일 때마다, 내  그림 선생이자 친구인 커스버트는 '괜찮아, 팅가팅가잖아. 니 그림을 그려'라고 말해줬다. 


내가 그린 팅가팅가. Photo: 우승훈
내가 그린 팅가팅가. Photo: 우승훈


그런 선생이자 친구 커스버트의 응원과 칭찬 덕분에 그림들을 몇 점 완성할 수 있었다. 지금 봐도 그렇게 잘 그린 것 같진 않지만,  커스벨트는 언제나 내 그림을 보고 '최고야', '재능이 있어', '멋있어'라고 칭찬해 주었다. 


탄자니아 그리고 르완다에서의 삶과 한국에서의 삶을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는, 한국에서는 내가 무엇을 하든 사람들이 평가를 하려 든다, 혹은 평가를 하려 든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점이다. 탄자니아와 르완다에서는 내가 뭘 그리든, 뭘 입든, 뭘 하든 그다지 뭐라 하는 사람이, 혹은 내가 눈치 볼 사람이 없었는데, 한국에 오니 신경 쓰이는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 내가 색깔을 잘못 골랐을지라도, 스케치를 엉망으로 했을지라도, '괜찮아', '최고야'라고 해준 커스버트가 그립다. 


커스버트와는 아직도 페이스북으로 연락을 하고 지내는데,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예술혼을 뽐내며 잘 지내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나는 그림을 더 이상 그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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