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 관광부 장관, '풍만한 미스 우간다' 대회 개회식에서 망언
우간다의 관광부 장관 갓프레이 키완다(Godfrey Kiwanda)는 지난 화요일, "풍만한 미스 우간다(Miss Curvy Uganda)"의 공식 출범식에서 '풍만하고 섹시한 여성'도 우간다의 관광 명소 목록에 추가해야 한다며, 마치 여성을 관광상품인양 이야기해 비난을 사고 있다.
우리에겐 보기에 놀라울 정도로 타고난, 아름다운 여성들이 있습니다. 이런 여성들을 우리의 관광사업 촉진에 활용하는 게 어떨까요?
"풍만한 미스 우간다"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따르면, 주최 측은'아프리카인이 화자여야 할 강력한 진짜 이야기를 표현하는 것과, 진정한 우간다 여성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보여주는 것은 축하할 필요가 있다'라며 이 행사의 주요 목표가 '아름다움은 한 가지 사이즈라는 신화를 깨는 것'이고 '아름다움은 사이즈와 전혀 무관하다'라고 밝히고 있다.
다양한 미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점에선 좋은 취지일 수 있지만, 이 풍만한 여성을 위한 미인대회는 우간다의 관광사업 증진 캠페인인 "Tulambule"의 일부인 데다가 이번 관광부 장관의 발언이 더해지며 여성 대상화에 대한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되었고, 대회 홍보 포스터에 케냐 방송인의 사진을 허락 없이 사용하며 웃음거리로도 전락했다.
키완다의 발언이 알려진 이후,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여성 최초로 국회에서 야당을 대표했던 위니 키자(Winnie Kiiza) 의원은 우간다 여성 국회의원 협회와 함께 장관을 비난하며 여성을 대상화하고 비인간화하는 것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같은 내각의 윤리와 청렴 장관인 시몬 로코도 (Simon Lokodo)조차 키완다의 발언과 "풍만한 미스 우간다"대회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Sqoop이라는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 키완다 장관이 잘못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들이 하려는 것은 우리나라에 아주 해롭습니다. 우간다는 도덕적인 나라입니다. 우리에겐 (관광 홍보를 위해) 여성의 몸 말고도 활용할 것이 정말 많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지금도 대회 개최사인 Brand Ambassadors 256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와있는 대회 포스터엔 케냐의 방송인 그레이스 음살라메(Grace Msalame)의 사진이 걸려있다. "풍만한 미스 우간다" 대회를 홍보하며 케냐 사람을 모델로 쓴 것도 이상하지만, 그에게 허락도 얻지 않고 사진을 무단으로 썼다는 것도 충격적이다.
이에 대해 그레이스는 성명서를 통해 대회 주최 측이 자신의 사진을 무단으로 활용하고, 자신의 사진을 "여성의 신체를 대상화하는 것을 선전하고, 퍼뜨리고, 부추기는 데 사용"한 것에 대해 항의한다며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암시했다. 그리고 성명서 마지막에 헝거게임에 출연했던 미국 배우 아만들라 스텐버그(Amandla Stenberg)를 인용했다.
우리가 외모가 아닌 우리 자신으로 평가받는 세상이 얼마나 멀리 있고,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일들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면 정말 좌절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여기 있고, 나는 생존했고, 나는 나의 목소리를 내기 때문에, 매일 강해지고 있다.
거센 항의에도 불구하고, 키완다 장관은 발언을 철회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목요일 우간다의 The Observer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그는 "풍만한 미스 우간다"가 날씬한 여성들을 위한 다른 미인대회와 다를 바가 없고, 얼마 전까지 미스 월드 아프리카에 뽑혔던 우간다 여성 퀸 아베나쿄(Quiin Abenakyo)의 업적을 축하하던 사람들이 같은 컨셉의 대회를 반대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논란이 커지면서 무세베니 대통령도 키완다 장관의 발언은 내각의 입장이 아니며, 사람들이 여성들을 보러 우간다에 와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손녀들이 몸의 형태를 드러내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키완다 장관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다. "풍만한 미스 우간다"와 기존의 미인대회는 본질적으로 같다. 여성의 외모와 성적 매력에 점수를 매기고 상을 준다. 이미 여기까지만 해도 아주 오래된 논란거리의 반복이다. 여기에 "풍만한 미스 우간다"처럼 '관광'이라는 것을 결합한다면, 특히 우간다 같은 저소득 국가에서 매우 나쁜 결과가 나오게 될 것이다. "풍만한 미스 우간다"가 정말 관광을 증진한다면, 그런 대회를 보고 우간다를 찾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이겠는가? 세계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자본과 권력을 가진 강대국 출신의 남성이 약소국의 여성에게 어떤 식으로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지는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수많은 국가들에서 알 수 있다. "풍만한 미스 우간다"로 관광객이 늘어난다면, 우간다의 여성 성착취도 함께 늘어난다. 물론 "풍만한 미스 우간다"는 민간영역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우간다 정부가 방관한다면 70년대 한국 정부의 기생관광 육성과 비슷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목 그림: 우간다 언론 Daily Monitor의 관련 만평. 사파리의 주요 동물 5가지(Big 5)에다가 풍만한 여성을 추가해 Big 6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