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의료진에 대한 불신 그리고 에볼라
지난해 8월 1일 콩고민주공화국(이후 DR콩고) 정부에 의해 에볼라 발병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북부 키부 지방에서 에볼라 사태가 안보불안, 지역사회의 낮은 인식 등으로 인해 장기화되고 있다. 2월 13일까지 보고된 감염 사례는 의심사례 61건을 포함 768건, 사망자 숫자는 521명으로, 2014-2016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창궐 사태 이후 가장 많은 에볼라 케이스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
DR콩고 북부 키부 지방의 에볼라 사태에 대한 지난 글들:
https://brunch.co.kr/@theafricanist/12
https://brunch.co.kr/@theafricanist/61
최조 발병지는 마발라코(Mabalako) 보건구(Health Zone)였지만, 2월 11일 기준 발병지는 2개 주, 19개 보건구(Health Zone)로 확산되었다. 하지만, 최근 21일간의 케이스 보고 기록을 보면 에볼라 감염은 새로운 지역으로 퍼져나가기보다는, 기존에 발병하던 지역, 특히 초반에 감염자가 발생했던 지역을 중심으로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확산은 막아내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새롭게 보고되는 케이스 숫자는 꾸준한 추세를 이어가고 있어, 안타깝지만 에볼라 사태가 빠른 시일 내에 종식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발병 초기부터 예방접종이 시작되었고, 2월 3일 기준, 약 7만여 명의 사람들이 접종을 완료했다. 예방접종 백신으로는 허가받지는 않았지만 2013-2016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사태에서 시범적으로 사용되며 효과성을 어느 정도 입증한 Merck사의 백신이 사용되고 있다.
최근 가장 많은 케이스가 보고된 지역은 카트와(Katwa)와 부템보(Butembo) 보건구인데, 이 지역은 주민들이 의료 당국을 신뢰하지 않아 의심사례를 잘 신고하지 않고, 초기 증상이 있음에도 보건소를 찾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한다.
지난 12일, 영국 언론 Guardian은 "에볼라 백신 예방 접종의 대가로 섹스를 요구받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며, DR콩고의 의료 인력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고, 에볼라 발병 이후 젠더 기반 폭력(GBV)이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Beni에서 개최된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한 NGO의 조사에서 에볼라 관련 치료, 특히 예방접종 과정에서 성 착취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이와 같은 제목을 붙였다.
이에 콩고 보건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Guardian이 클릭 수 증가를 위해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과장했으며, Guardian이 인용한 IRC(International Rescue Committee)의 조사 결과는 보도된 내용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보건부의 성명에는 해당 초점 그룹 인터뷰에 참여한 일부 여성과 여아들이 에볼라 치료와 관련해서 성적인 요구를 받을 수도 있겠다는 우려를 드러낸 것일 뿐이며, 직접적으로 보고된 성 착취 사례는 없으며, 심지어는 인터뷰 중 예방접종이 언급된 적도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콩고 보건부의 성명 발표 이후, Guardian은 해당 기사를 수정했다. 개인적으로는 해당 지역에서 오랫동안 이어진 분쟁과 여성 성 착취를 고려했을 때, 해당 지역의 여성들의 우려는 정당하며, 보건 당국과 국제사회가 에볼라 예방이나 치료 과정에서 성착취가 일어나는 일이 절대로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DR콩고 분쟁지역의 성폭력과 생존 여성에 관한 글:https://brunch.co.kr/@theafricanist/48)
발병 지역이 우간다, 르완다 국경과 가까운 지역이라 WHO는 일찍이 이번 에볼라 발병의 국내, 그리고 지역 내 전파 위험을 '아주 높음'으로 지정한 바 있고, (세계적인 위험도는 여전히 '낮음'으로 평가하고 있다.) 해당 지역의 안보 불안 등을 이유로 이웃 국가로의 전파를 우려하는 의견이 많았는데, 다행히도 아직은 다른 나라에서 발병한 사례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
콩고 보건부, WHO와 협력하여 에볼라의 확산을 막는 일에 주로 기여하고 있는 IOM(국제이민기구)은 지금까지 시장, 주요 교통로 등에 설치된 80개 검문소에서 3천2백만 명을 검사했다고 밝혔다. 이 검문소를 통과하는 사람들은 문진, 체온검사 등을 받게 되고, 손 씻기도 이루어진다. 더불어 에볼라 감염 예방법, 에볼라 위험지역 여행 시 주의사항 등에 대한 교육도 이루어진다고 한다.
우리는 에볼라를 퇴치하기 위해 그들(IOM)이 하는 일에 매우 기쁩니다. 그들은 손 씻기 시설을 설치했고, 에볼라에 걸리지 않는 방법을 교육하고 있어요. 그들은 숲에서 죽은 동물의 고기를 먹지 말라고 했고, 의사들이 쓰는 보호장구 없이 아픈 사람을 접촉하지 말라고도 했어요. (Kabyaura Koleki, 생선 상인. 출처: IOM 홈페이지)
인접국가인 우간다, 남수단, 르완다에서도 국경지역 보건인력을 대상으로 예방접종을 실시하는 등, 에볼라의 자국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