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버나움 (2018)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을 꺼려한다. 그들이 게으르다고 생각하거나, 무지하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나쁘다고 생각한다. 그런 식으로 빈곤한 사람들이 사회에서 배제되고, 난민들이 혐오의 대상이 되고, 마치 가난이 죄인양 낙인찍힌다.
<가버나움>은 가난한 사람들의 억울하고 분노하는 마음을 전한다. 레바논의 배우이자 감독인 나딘 라바키(Nadine Labaki)가 감독도 하고, 출연도 한 <가버나움(Capernaum)>은 '혼돈'이라는 뜻의 아랍어이다. 레바논 베이루트의 슬럼가에서 자란 자인(Zain)이라는 십 대 아동이 자신의 부모를 '나를 낳은 죄'로 고소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인데, 하루살이에 급급한 자인네 식구가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는지, 자인의 형제자매는 학교도 못 가고 어떻게 가계경제의 한 자원으로 취급되는지, 레바논에서 가짜 신분으로 살아가는 불법 이민자들은 어떤 삶을 사는지 등등의 모습을 아주 가슴 아프게 그렸다. 보는 내내 눈물이 너무 나서 힘들었다.
자인의 고소로 법정에서 만나게 된 자인과 자인의 부모. 자인은 부모가 자신을 낳아놓고도 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분노했고, 자인이 부모는 자신들이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고, 자신도 그런 환경에서 자랐고, 자인을 잘 키우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다고 항변했다. 자인의 변호사에게는 당신이 만약 나와 같은 환경에서 태어나 자랐다면 자살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가슴이 먹먹했다. 이 영화는 내내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 국가의 보호망 밖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어떻게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는지를 보여주는데, 마치 우리에게 이렇게 소리치는 것만 같았다. '우리가 이렇게 살고 싶어서 이렇게 사는 게 아니다. 우리는 이렇게 태어났을 뿐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이어가려고 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한 인터뷰(링크)에서 감독인 나딘 라바키는 이 영화를 만든 동기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과 관련된 부정의에 대한 분노와 좌절에서 시작되었어요. 그 아이들은 여기에 있길 원하지 않았는데도 우리의 분쟁과 전쟁, 정부의 결정이 몰고 온 결과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만 했어요.
사실 이렇게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다루는 영화나 다큐멘터리는 자칫하면 '빈곤 포르노'가 되어 그들의 무력한 모습을 강조하고, 우리의 죄책감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갔을 수도 있었을 텐데, <가버나움>은 가난하고 소외되었지만, 동시에 화가 나 있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자인과 주변 인물들의 삶에 초점을 맞추며 이들을 능동적인 인간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나는 이 점에서 이 영화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왜 빈민과 난민을 도와야 해?'라고 묻는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다. 그들보다 훨씬 많은 것을 가지고 태어난 우리에게는 그래야 할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