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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금술사 Apr 03. 2016

Fragile

깨지기쉬운, 부서지기쉬운


집 밖을 나선다는 건

택배상자 안으로 들어가

열십자 모양으로 테이프가 그어진 채

하루종일 이 곳 저 곳 옮겨지는 것과 같다.


쿵하고

크고 화려한 다른 박스들과 부딪히며

작아진다.


치익하고

찬 바닥에 배를 댄 채 미끄러져 가며

미소를 잃는다.


덜컹하고

의지와 무관하게 아무렇게나 옮겨지며

체념한다.


두려움에

박스 바깥에 적어내려간 말.



"Fragile"

"깨지기 쉬운 사람입니다"
"소중히 다루어 주세요"


뽁뽁이로 온 몸을 두세번 휘감아 보아도

박스안 스티로폼에 팔다리를 고정시켜 보아도


밀폐된 상자 속과 같은 어둠이 바깥에도 찾아와

마침내 집에서 열어본 상자속의 '나'에게서

군데 군데 흠집과 상처가 보인다.

산산조각이 나있기도 하다. 어떤 날은.


보험도 간호도 없다.

손해도 회복도 셀프다.


어디서부터 이어 붙여가야하나.

멀게만 느껴지는

바로 어제의 내 모습을 떠올리며

아교로 적당히 모양을 잡고

테이프로 덕지덕지 고정시켰다.


부디,

이 모양대로

이번 주말까지만 버텨주라.


밝은 바깥 세상

어두운 상자속에서


하루종일

깨지기쉬운 나를

붙들려고

모든 힘을 다해

균형을 잡았다.

넘어지면 일어났다.


왼 팔이 부딪히고

머리가 깨지도록

던져지고 차이는 동안


멀쩡해 보이는 박스안에

깨지고 다시 이어붙여지는

유리와 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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