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엔 네 손이 아닌
스마트폰이 들려있어
섭섭해마
스마트폰으로
널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만질 수도 있으니까
데이터의 전부는
너로 쓰여
배터리의 전부도
너로 쓰여
너랑 통화하느라
너랑 카톡 하느라
너랑 찍은 사진 보느라
우린
텔레파시 말고
와이파이로 연결되어 있어
낮이든 밤이든
니가 어디에 있든
난 너와 연결되어 있어
그래서일까
꼭 만나야 하나 싶기도 할 때가 있어
언제든 닿을 수 있다는 안도감에
일상을 충분히 공유했다는 뿌듯함에
외로움을 최소한 덜었다는 만족감에
그냥 이대로가 좋다 하는
바보 같은 생각 말야
너를 만나는 건
내가 아니라
데이터와 배터리 몫이었고
뜨거워진 건
내 가슴이 아닌
스마트폰이었어
내가 불안해야 할 건
안 터지는 와이파이나
2% 남은 배터리가 아닌
너와의 만남이 줄어든 것
그 사실이어야 했고
내가 궁금해야 할 건
와이파이 비밀번호나
주위 콘센트 위치가 아닌
너의 진짜 얼굴
너의 진짜 목소리여야만 했어
우리 관계도
초기화가 필요할 듯 해
주변 사람 전화번호를 저장하고
배경화면과 벨소리 고르고
알람 시간을 맞추고
기능을 익혀가며
호기심을 가지고 집중했던 그때처럼
나를 드러내고 표현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재미에 푹 빠졌던
우리 처음 만난 그때로 말야
평평하고 차가운 화면이 아닌
부드럽고 따뜻한 너의 손과 너의 얼굴을
터치하러 지금 달려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