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금술사 Nov 22. 2016

스마트하지 않은 사랑


내 손엔 네 손이 아닌

스마트폰이 들려있어


섭섭해마


스마트폰으로

널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만질 수도 있으니까


데이터의 전부는

너로 쓰여


배터리의 전부도

너로 쓰여


너랑 통화하느라

너랑 카톡 하느라

너랑 찍은 사진 보느라


우린

텔레파시 말고

와이파이로 연결되어 있어


낮이든 밤이든

니가 어디에 있든


난 너와 연결되어 있어



그래서일까

꼭 만나야 하나 싶기도 할 때가 있어


언제든 닿을 수 있다는 안도감에

일상을 충분히 공유했다는 뿌듯함에

외로움을 최소한 덜었다는 만족감에


그냥 이대로가 좋다 하는

바보 같은 생각 말야


너를 만나는 건

내가 아니라

데이터와 배터리 몫이었고


뜨거워진 건

내 가슴이 아닌

스마트폰이었어


내가 불안해야 할 건

안 터지는 와이파이나

2% 남은 배터리가 아닌

 

너와의 만남이 줄어든 것

그 사실이어야 했고


내가 궁금해야 할 건

와이파이 비밀번호나

주위 콘센트 위치가 아닌


너의 진짜 얼굴

너의 진짜 목소리여야만 했어


우리 관계도

초기화가 필요할 듯 해


주변 사람 전화번호를 저장하고

배경화면과 벨소리 고르고

알람 시간을 맞추고

기능을 익혀가며

호기심을 가지고 집중했던 그때처럼


나를 드러내고 표현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재미에 푹 빠졌던

우리 처음 만난 그때로 말야


평평하고 차가운 화면이 아닌

부드럽고 따뜻한 너의 손과 너의 얼굴을

터치하러 지금 달려 갈게






작가의 이전글 내 인생의 스포일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