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금술사 Oct 15. 2017

직렬적 삶과 병렬적 삶

전구는 변함없이 빛난다


우리는 살아간다.

누구는 직렬로

누구는 병렬로.


직렬의 삶은

확정적이고 단순하다.


깊이 있고

몰입하는 삶이다.


병렬의 삶은

변화가 많고 복잡하다.


다양하고

새 시작이 많은 삶이다.



병렬적 삶을 살아왔다.


시험기간엔 한 단원이 끝날 때마다

과목을 바꿔가며 공부했고


한 전공을 4년 하고도

생경한 일들을 기웃거리기도 했다.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은

사춘기 중학생의 이상형처럼 수시로 바뀌었고

수년 전 누군가의 새정치처럼 알쏭달쏭했다.


초조함에 일단 두드려봤지만

내 길이 맞는지

늦은 건 아닌지

먹고는 살 수 있을지

그칠 줄 모르는 걱정과 불안들.


나이는 한 살 한 살 먹고

부모님의 약봉투는 늘어가는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조금씩 이것저것 건드려보는

위태로운 병렬적 삶.


하나라도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

스스로 끈기가 부족하다며 책망도 해봤다.

뭐든 하나를 붙잡고 있는 다른 사람들이 부러웠다.




근데, 정답은 없었다.


병렬로 연결된 건전지 두 개는

약하지만 오랫동안 꼬마전구를 밝힌다고 했다.


직렬로 연결된 건전지 두 개는

짧지만 강하게 꼬마전구를 밝힌다고 했다.


직렬 전구가 소명을 다하고 스러질 때

병렬 전구는 홀로 남아 어둠을 이겨낼 수 있다.

직렬 전구가 미쳐 못 본 뭔가를

병렬 전구는 더 오래 남아 볼 수 있다.


나만의 우물을 찾지 못하고

나의 업을 하나로 단정할 수 없다고

이번 생을 망친 것이 아니다. 


나의 적당한 변덕스러움은

다방면에서 재능을 펼칠 잠재성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함이다.


서로 다른 것을 편견 없이 인정하고

연결하며 조합하는 창조성이다.


편하고 익숙한 사람들 무리에 갇히지 않고

누구와도 부대낄 수 있는 열린 자세다.


한 길만 바라보고 가는 사람들이

부러워할 풍부한 경험이다.



직렬이든 병렬이든

전구는 어둠을 지우고 주변을 밝힌다.


단 하나의 강한 불빛을 찾아 초조해 하기보다

내 안에 충전된 에너지를 믿으며

눈치 보지 말고 발산해보자.


내가 지나온 발자국들이

비단 두서없이 찍혀 있더라도


한번 사는 인생 동안 

까마득히 넓은 세계에서

더 많은 풍경을 볼 수 있고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병렬의 삶을 사는 그대야말로

반짝반짝 아름답다.

작가의 이전글 침대가 지탱하는 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