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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망 the Amant Jun 21. 2017

[PlayList] "언젠가는 못 다한 말을 전할거야"

숨겨둔 마음을 전하는 과정은 늘 짜릿한 법.


말할 수 없는 비밀은 꼭 있기 마련이다. 특히 어린 날의 꿈 같은 설레는 감정이라면 더욱. 아이유와 가인의 <누구나 비밀은 있다>(작사 김이나)에선 "누구나 비밀은 있는거야. 아무에게도 말 하지마"라며 비밀은 비밀로서 간직할 것을 설득하지만, 결국은 알려짐으로써 그 가치를 지닌다. 누구나 비밀은 있다. 그러나 사랑은 그 비밀을 평생 안고 살아갈 만큼 중대한 운명에 처해있지 않다. 사랑은 언제나 그렇듯 한마디에서 시작하는 법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못 다한 말"을 전하는 내용의 노래 가사는 우리에게 떨림을 준다. 누구나 숨겨둔 마음을 전하는 상상을 해보았을 테니까.



여자친구 <시간을 달려서>

(작사: 이기, 용배 / 작곡: 이기, 용배 / 편곡: 이기, 용배)


"미처 말하지 못했어. 다만 너를 좋아했어. 어린 날의 꿈처럼, 마치 기적처럼."
"언젠가는 못 다한 말을 전할거야. 다가갈게 언제까지나."


이기, 서용배 작곡 팀의 여자친구 학교 3부작의 서사 과정은 전형적인 소녀의 성장과정과 함께한다. <유리구슬>에서 사랑을 접한 외유내강형 소녀는 <오늘부터 우리는>에서 용기있게 고백을 하고, <시간을 달려서>를 통해 미래를 기약한다. 이 과정에서 소녀는 사랑을 통해 인격적 성숙을 이룬다.

<시간을 달려서>에서의 소녀는 좋아했던 그 날의 그에게 여전히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소녀는 시간을 달려서 성숙한 어른이 되고자 한다. 여태껏 "못 다한 말을 전하기" 위해. 소녀에게는 고백의 과정을 감당할 만큼의 용기가 부족했다. 그래서 내가 더 자라서 그 말을 할 수 있을 때, 너의 앞에 나타날 때까지 변치 않기를 바랄 뿐이다. 마치 평행선처럼 만나지 못하고 바라볼 수 밖에 없기에 우리는 소녀의 성숙을 멀찍이 서서 응원할 수 밖에 없다. 소녀가 진정으로 그의 곁에 나타날 수 있을 때까지.



다이아 <그 길에서>

(작사: 이기, 용배 / 작곡: 이기, 용배 / 편곡: 이기, 용배)


"지금은 나 혼자 걷고 있지만, 내일은 너와 함께 걷고 싶어."
"넌 모르지 못 다한 나의 이야기, 들려주고 싶은 걸, 그 길에서."
"믿기지 않겠지만 아직도 널 많이 좋아해."


'여자친구'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이기, 서용배 작곡 팀이 '다이아'를 맡았다. 이 작곡 팀은 "못 다한" 감성을 건드릴 줄 안다. 순우리말 가사 속에 소녀의 고민을 담아낼 줄 아는 것이다. 다만 이는 소녀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본심을 말하지 못하고 노심초사했던 지난 날을 추억하는 모두를 감동시킨다. 그 때의 추억을, 현재의 고민을 싣고서.좋아하는 이성과 같은 길을 걸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슨 생각을 할까? 봄을 떠올리게 하는 가벼운 비트와 스트링, 거기에 떨리는 소녀의 감성을 넣은 완벽한 구성이다.

둘이 함께 걸었던 길에서 지난 추억을 더듬는 내용의 가사는 흔히 이별 노래의 클리셰적인 측면이 강하나, 이 곡에서의 소녀의 사랑은 현재진행형이다. 적어도 자기 혼자서 하는. 소녀는 과거의 그 길을 혼자 걷는다. 내일은 너와 함께 걷기를 바라면서. 소녀는 떨리고 수줍은 나머지 결국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하지 못했다. 사랑이 처음이라서 지금 이 순간이 영원할 것 같았다. 하지만 다시 멀어진 그. 그 길을 걸으며 과거에 젖은 소녀는 그에게 다시 한걸음 천천히 다가가려 한다. 믿기지 않겠지만 아직도 널 많이 좋아한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 함께한 시간을 다시 돌리기 위해서다. 소녀는 그 날을 끊임없이 상상한다. 그 길을 같이 걸으며 너에게 그 말을 전하는 그 순간을.




씨야 <사랑의 인사>

(작사: 이지은, 황성진 / 작곡: 이상호, 김도훈 / 편곡: 이상호, 김도훈)


"좋은 사람 꼭 만날 거라 했는데, 그 약속 지키지 못할 것 같아."
"그대가 못난 바보라고 할까봐 내 사랑 너무나 아낀 것 같아. 괜한 자존심 하나 때문에 사랑한단 말도 못했어요."


이별을 겪었다. 당시에는 그가 야박했지만 아무렇지 않았다. 그를 사랑했는지 조차 분간이 안될 정도로 열정이 없었다. 그러나 비가 올 때마다 그 사람이 생각이 난다. 그 때 그 곳에 있었던 우리, 그가 했던 말이 떠올라 마음속으로 인사를 한다. 잘 지내는지 궁금해서. 이별할 때 약속을 했다. 꼭 좋은 사람 만날 거라고. 하지만 그대만큼 좋은 사람이 없다는 걸 안 지금은 과거의 그의 자리가 고맙다고 이젠 말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대는 이미 없다.

여자는 표현이 서툰 사람이다. 남자는 그 여자의 시큰둥한 반응에 지쳐 이별을 고했고 각자 좋은 사람 만나자는 약속을 했지만 이내 그럴 수 없음을 깨닫고 여태 못 다한 말을 하고자 하지만 이미 끝난 관계다. 자존심 때문에, 그 흔한 사랑한다는 말도 하지 못했다.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 이게 그녀에게는 '사랑의 인사'다. 다시 만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마음속으로 그리움을 삼킨다. 그때 하지 못해 이제야 하고 싶은 말이 많이 생각 나는데, 이를 전하는 짜릿함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더욱 답답하게 한다.





살면서 반드시 필요한 말이 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마음을 상대에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은 애석하게도 말 뿐이다. 적절한 시간과 공간이 아름다운 말과 혼합할 때 마법은 이루어진다. 그래서 말하지 못하고 끝나버린 사랑은 늘 가슴아프다. 무조건 성공할 수는 없기 때문에.

싱숭생숭한 마음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전한다. 꼭 하고 싶은 말을 전하지 못해 잠 못 이루던 밤, 이 시간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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