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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안나 Aug 21. 2021

돈까스를 찾는 모험(국제결혼 이야기3)

도장깨기




먹는 걸 좋아하는 우리 부부가 공통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돈스이다. 주말에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니는 게 취미인 우리는 최근 새로운 돈까스집을 찾는 것을 취미생활로 정했다.

이른바 도장깨기.


 “일단 도쿄 안에 있는 가게를 하나씩 접수하자.”

 “우리 돈까스 전문 블로그 만들어도 되겠다. 나는 히레, 자기는 로스 전문.”


우리는 이렇게 실없는 농담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진지하게 새로운 가게를 찾곤 한다.  사실 우리가 평소 좋아하고 자주 가는 가게는 따로 있다. 싸지도, 그렇게 비싸지도 않은 체인점인데 번화가 어디를 가든 있어서 접근성도 좋다.


그런 곳을 두고 어느 날 백 년 가까이 영업해왔다는 가게에 가서 꽤 비싼 돈을 주고 돈까스를 먹고 남편이 물었다.

 “어때?”

 “음... 그냥, 맛있기는 한데 좀 비싸네.”

 “oo(늘 가는 체인점)가 더 맛있지 않아?”

 “취향 따라서는 그럴지도?”

 

백년 전통의 유명 돈까스점 맛있기는한데...


좋아하는 체인점보다 두 배 가까운 돈을 내고 먹었는데 맛은 그냥 평범했다. 그리고 어느 날은 한 시간여를 줄을 서서 먹기도 했는데 그것도 뭐 그렇게 기다려서 먹나 싶게 무난한 맛이었다.

몇 군데 돌고 보니 딱히 오래되고 유명한 가게라고 그만큼 더 맛있는 것도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아니면 그냥 단순하게 우리 입맛에 안 맞았던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우리의 돈가스 모험을 그만둘 수도 없는 게, 어딘가에 정말 맛있는 가게가 있을 수도 있을 거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 바퀴 돌고 돌아 결국 늘 가는 그 체인점에 제일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을 때, 그때부터는 우리는 그 체인점에 가서도 ‘여기는 그래 봤자 체인점이지. 어딘가에 더 맛있는 데가 있을 거야’라는 의심을 하지 않고 완벽히 만족하며 돈까스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상가 건물 지하에 있는 가게. 점심시간이라 붐볐다. 맛있었다.

그냥 가까운 곳에 있는 것, 지금 갖고 있는 것, 지금 처해있는 환경에 만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험은 그래서 중요하다. 더 좋은 것이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많은 것을 경험한 후에 그때는 현실에 감사할 수 있게 되니까.

 그러니까 우리는 돈까스 모험을 계속하기로 했다. 어디에서 먹어도 돈까스는 맛있고, 새로운 발견을 하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현실에 만족할 수 있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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