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 좋은 바나나우유(국제결혼 이야기2)
외국인 눈에 보이는 한글
어느 날 남편과 텔레비전을 같이 보고 있는데 화면에 한국의 바나나우유를 소개하는 영상이 나왔다.
우리 모두가 좋아하는 그 뚱뚱한 바나나우유 말이다.
텔레비전을 보던 남편이 갑자기 소리를 외친다.
“저거 봐! 저거 너무 귀여워!”
“아, 저거? 한국에서는 뚱뚱한 바나나우유라고 해. 좀 귀엽지?”
“아니 아니, 저 글자.”
저 노란색 항아리 모양 병이 귀엽다는 소리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라 ‘우유’라는 글자가 너무 귀엽다며 난리다.
“저거 꼭 사람 같잖아. 손잡고 있는 사이좋은 사람 둘. 저거 어떻게 읽어?”
한국어를 아예 모르는 사람에게는 단순히 그림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싶기는 했지만 뭐 저렇게까지 호들갑 떠나 생각을 하며 종이에 ‘옷옷’을 썼다.
“자기야 이거 봐, 이게 더 사람 같지 않아?”
그리고 ‘홋홋’을 썼다.
“이거는 모자 쓴 사람.”
그런데 남편은 ‘옷옷’과 ‘홋홋’에는 영 시큰둥하다.
“아니야, ‘우유’가 제일 사람 같아. 이리 와봐.”
한술 더 떠서 남편은 나를 옆에 세우더니 손을 맞잡는다.
“이거 봐, ‘우유’. 사이좋은 ‘우유’”
그 후로 남편은 가끔 문자로 뜬금없이 나에게 ‘우유♡’라고 한국어로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
한국어 ‘우유’의 정의는 우리 집에서는 ‘사이좋은 사람 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