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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조의 호소 Sep 25. 2015

빨간 날의 상처

상처엔 빨간 약이라던데

백조의 세계에 발을 들이면서부터

내게는 '벗' 하나가 생겼다.


그 벗은 늘

내 발뒤꿈치를 졸졸 따라다니고,

사람들과 이야기 할 때에도 불쑥불쑥 나타나고,

꿈에서까지 나를 찾아와 귀찮게 군다.


인간에게 있어 가장 치졸한 감정,

자격지심이 바로 그것이다.


직장인이라는 타이틀이 있던 시절에는 몰랐는데

원치 않던 벗과 동거를 하는 지금은

명절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 지를 깨닫게 되었다.


모두가 손꼽아 기다리는 빨간 날이,
누군가에게는
영원히 오지 않기를 바라는
금단의 날이 될 수 있었다.


황금연휴의 흥분으로 한껏 달아오른 이 날,

내 하나뿐인 벗은 작정이라도 한 듯

뜨겁게 달궈진 몸을 나에게로 던져 화상을 입힌다.


상처 입은 나는

별 뜻 없는 말들 속에서도

불씨가 될 만한 것을 찾아내 스스로 또 덴다.


사실

괜히 눈치 보게 만들어

함께 있는 공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도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도 전부 나였다.


자격지심이라는 벗?

개뿔.

그런 건 없다.

이 모든 상처의 근원은

전부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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