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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조의 호소 Sep 23. 2015

둘의 의미

내 편에 대한 단상

아침부터

친한 언니에게서 톡이 왔다.

그녀의 기분만큼이나

잔뜩 부풀어 오른 말주머니 속에는

드라마에서나 보던 초음파 사진과

빨간 두 줄이 선명하게 그어진 임신테스트기가 훈장처럼 자랑스럽게 빛나고 있었다.


언니에게

아이가 생긴 것이다.


내 일처럼 기뻤다.

온 마음을 다해 축하해 주면서도

언니 뱃속에 고귀한 씨앗이 잠들어 있다는 게

마냥 신기하고 조심스러웠다.


동시에

그녀가 혼자였던 시절 떠올랐고

예식장에서 한 남자의 아내가 되던 순간

한 아이의 엄마가 되기까지의 과정 

필름처럼 스쳐가면서

행복에 대한 물음이 마구마구 솟구쳤다.


언니에게 물었다.

결혼해서 행복해?

언니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유를 되물으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이 세상에 무조건적인 내 편이 생겼다는 게 좋아."


내 편.

이 대목에서

돌만 같았던 내 심장이

, 하고

다시 뛰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녀는

아이를 갖기 전부터

몸이 아니었던 걸까.

살붙이 같은 남편이

한편 지켜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홑몸이어도

홑몸 아닌 기분이라는 거,

다른 누구의 편도 아닌

오로지 내 편이 있다는 거,

대체 어떤 기분일까.


언제부턴가

결혼이라는 건

나와는 상관없는

거추장스런 의식 따위로 치부하며

아주 자연스럽게

내 삶 속에서

배제해 놓고 살았던 것 같다.


꼭 내 편이

남편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게도,

친구들에게 생기는 일이 똑같이 벌어진다면,

미래의 남편에게 묻고 싶다.


나 역시도
온전한 당신 편이
되어 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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