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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조의 호소 Sep 19. 2015

아저씨의 가방은

우리의 꿈보다 무거웠다

강연회로 향하던 길이었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양복 입은 아저씨 한 분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나보다 작은 키,

두 치수는 커 보이는 낡은 양복,

반쯤 벗겨진 뒷머리.

양손에는

접대용으로 보이는 음료 상자들이

묵직하게 들려 있었고,

한쪽 어깨에는

일명 '쌕'이,

시장통에서 자주 봤을 법한 그 '기능성' 가방이

옷과의 궁합을 무시한 채

처연히 매달려있었다.


뭐였을까.


양복과 쌕,
그 언밸런스 사이에서
애잔함이 느껴진 건.



이른 아침부터 양복을 갖춰 입고

한 손에는 남들과 같은 서류가방을 들어보다가

거추장스럽게 무슨, 하며

이내 가벼운 쌕으로 바꿔 멨을 그의

담담함이

애달파서였을까,

그의 뒤로

아빠의 구부정한 등허리가

겹쳐 보여서였을까.


순간

내 손에 들려있

화려한 클러치가

부끄러워졌다.


아빠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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