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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조의 호소 Sep 28. 2015

오류

미스 셀로판의 비애

오류투성이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지독한 길치에 방향치라

비를 켜놓고도 길을 헤매고

그가 가리키는 곳은

늘 목적지의 정반대다.

기억력도 드럽게 못나서

잘못된 정보를 흘리고 다니고,

이전에도 뜻을 몇 번 찾아본 적 있는 단어도

꼭 두세 번은 다시 찾아야지 습득이 된다.


이런저런 사소한 실수는 그렇다 쳐,

그의 허점은 일터에서 극대화된다.


상사가 갑작스럽게

지난 업무현황이라도 물으면

우주미아라도 된 듯이

황망한 눈을 하고 서 있는 거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그는

스스로를 없는 사람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의견 없고,

주장 없고,

책임 없고,

자존심 없고,

존재감 없는 사람.


오류투성이가 되느니

투명인간이 되는 편이

차라리 낫다고 판단한 걸까.


몇 년 뒤,

그는 정말로 어딜 가나

없어도 그만인 사람이 되어 버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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