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투성이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지독한 길치에 방향치라
내비를 켜놓고도 길을 헤매고
그가 가리키는 곳은
늘 목적지의 정반대다.
기억력도 드럽게 못나서
잘못된 정보를 흘리고 다니고,
이전에도 뜻을 몇 번 찾아본 적 있는 단어도
꼭 두세 번은 다시 찾아야지 습득이 된다.
이런저런 사소한 실수는 그렇다 쳐도,
그의 허점은 일터에서 극대화된다.
상사가 갑작스럽게
지난 업무현황이라도 물으면
우주미아라도 된 듯이
황망한 눈을 하고 서 있는 거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그는
스스로를 없는 사람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의견 없고,
주장 없고,
책임 없고,
자존심 없고,
존재감 없는 사람.
오류투성이가 되느니
투명인간이 되는 편이
차라리 더 낫다고 판단한 걸까.
몇 년 뒤,
그는 정말로 어딜 가나
없어도 그만인 사람이 되어 버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