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이 언제부터 발을 위협해도 되는 존재였나?
일자리를 구했다.
정확히는
일자리를 구해 버렸다.
출근 기념으로 신발을 샀다.
새 신발이라 그런지 발톱이 깨지는 듯이 아팠지만
꾹 참았다.
지쳐 돌아온 방.
홀로서기로 의기양양하던 패기는 어디로 가고
구차한 자존심만 남았다.
그래도 가고 싶어하던 회사라 기쁘다. 기쁜데,
찜찜한 건 왜일까,
왜 난 안도하고 있을까,
또 왜 난 만족하지 못할까,
대체 뭐가 문제인가?
어쩌면 난 이곳을
진정 원하던 곳이라 최면을 걸어왔던 걸까.
그래서 난 지금 무엇인가?
백조도 아니고,
그렇다고 직장인도 아니다.
스물여덟의 아르바이트생. 파트타이머.
훨씬 어린 애들도 할 수 있는,
화려한 경력 따위도 필요 없는,
대체 가능한 인력. 용역. 노동자.
그뿐이다.
안 된다.
애초 목표를 잊어선 안 된다.
꾹 참는다.
발가락은 퉁퉁 붓고
동공은 흐리멍덩해진다.
춥다. 우울하다.
외롭다.
이 감정들을 털어놓을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한데,
목놓아 울고 싶어지는 따뜻한 품이, 그 온기가
미친듯이 그리운데,
없다.
맘 편히 연락할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안부 먼저 물어야 하고,
어색한 키읔을 덧붙여야 하고,
답문이 늦어지는 시간을 계산한다.
무엇보다
상대는 내가 궁금하지 않다.
아,
언제까지
발을 허물어뜨리면서까지
새 신을 욱여신어야만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