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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조의 호소 Oct 15. 2015

새 신에 헌 발

신발이 언제부터 발을 위협해도 되는 존재였나?

일자리를 구했다.

정확히는

일자리를 구해 버렸다.

출근 기념으로 신발을 샀다.

새 신발이라 그런지 발톱이 깨지는 듯이 아팠지만

꾹 참았다.


지쳐 돌아온 방.

홀로서기로 의기양양하던 패기는 어디로 가고

구차한 자존심만 남았다.

그래도 가고 싶어하던 회사라 기쁘다. 기쁜데,

찜찜한 건 왜일까,

왜 난 안도하고 있을까,

또 왜 난 만족하지 못할까,

대체 뭐가 문제인가?

어쩌면 난 이곳을

진정 원하던 곳이라 최면을 걸어왔던 걸까.


그래서 난 지금 무엇인가?

백조도 아니고,

그렇다고 직장인도 아니다.

스물여덟의 아르바이트생. 파트타이머.

훨씬 어린 애들도 할 수 있는,

화려한 경력 따위도 필요 없는,

대체 가능한 인력. 용역. 노동자.

그뿐이다.


안 된다.

애초 목표를 잊어선 안 된다.

꾹 참는다.

발가락은 퉁퉁 붓고

동공흐리멍덩해진다.


춥다. 우울하다.

외롭다.

이 감정들을 털어놓을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한데,

목놓아 울고 싶어지는 따뜻한 품이, 그 온기가

미친듯이 그리운데,

없다.

맘 편히 연락할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안부 먼저 물어야 하고,

어색한 키읔을 덧붙여야 하고,

답문이 늦어지는 시간을 계산한다.

무엇보다

상대는 내가 궁금하지 않다.


아,
언제까지
발을 허물어뜨리면서까지
새 신을 욱여신어야만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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