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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조의 호소 Dec 17. 2015

오기

미련의 다른 이름

아무리 애를 써도
가질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손에 넣기 위해 발버둥을 쳐 보고

갖가지 방법을 써 봐도,

끝끝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버린다.

어떻게든 잡고 싶어 손아귀에 힘을 주면 줄수록

더 빠르게

더 효과적으로

더 멀리 떨어져 나간다.

그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이미 다른 노선으로 운명 지어진 듯

내게 접점 하나 허락하지 않는다.

그것은 대개 한결같아서

시간이 지난다 해도 

여전히 내 울타리 밖에 머물러 있는다.

결국 절대로 내 것이 될 리 없다는 말이다.


방법이 없다.


쪽에서 할 수 있는 조치라고는

제풀에 지쳐 나가 떨어지는 이다.

이때에는 무모한 지구력보다는

무기력한 체념이 도움된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가끔은 작은 희망에

기대를 걸어보는 것도 괜찮다.

말 그대로 희망적인 경우에만.

그러나 애시당초 가망 없음을 직감했다면,

'기대'라는 건 더 이상 쓸모가 없다.

귀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면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옳다.


'끝나기 전까진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이 말은 너무나도 희망적이어서

누군가의 다이어리 첫 장에 새겨지기도 하고

휴대폰 배경화면에 부적처럼 내걸리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이 문구는 굉장히 못돼 먹었다.

괜한 오기만 부추겨 사람들을 소진시키는 거다.

이 고약한 명언 나부랭이 때문에

사람들은 스스로를 가루가 되도록 혹사시킨다.


그러니까 명심하자.

끝나기 전에 이미 끝났다면,

더 이상 오기 부리지 말자.

언젠가 좋아지겠지,

지금보다는 나아지겠지, 라는 헛된 기대

가엾은 자신을 더는 괴롭히지 말자.

희망은 고문이다.

그러니까 더 이상

헛된 망으로

스스로를 닳게 만들지 말자.


에라이,

희망이고 나발이고

잠이나 실컷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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