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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조의 호소 Jan 08. 2016

나 대 나

스물아홉 즈음에

매일 밤 같은 꿈을 꾼다.

한동안 안 그러더니 또 시작이다.

줄거리는,

꿈이란 게 늘 그렇듯 한 번 깨어나

도무지 그 내용이 생각나질 않지만,

'무직'에 관한 것만은 확실하다.

아침마다 압박의 통증이 아려 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사실 난 훨씬 오래 전부터

과거라는 꿈에서 깨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4년 전 졸업 후 강남에 있는 광고회사를 다니던 순간,

6년 전 꽤 치열경쟁률을 뚫고 수도대학교로 편입한 순간,

14년 전 연극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순간.

나름대로 찬란했던 순간들 속을 떠돌며

이곳 현실의 땅으로 단 한 발짝도 못 나갔던 나다.

이런 내가 과연 "왕년엔 그랬지"하며

영웅담이나 늘어놓는 꼰대들과 다를 바 있을까.


조금 재수 없겠지만,

예전의 나는 솔직히 대한민국 청춘들이

흔히 겪는다는 구직의 어려움을 몰랐다.

목표를 대기업과 같이 높은 곳에 두지 않고

내 스펙이 배정받은 노선따랐기 때문일까.

동료들과 함께 걷는 그 '숙명'에 대해

딱히 불만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 상황은 많이 다르다.

속사정이야 어찌 됐든 사회 속에서 나는

가진 것 없이 취준생 대열에 재합류한

빈손의 스물아홉일 뿐이다.


지금을 벗어나려면
과거에서 먼저 벗어나야 한다.
그 전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과거의 발목잡혀 있으면,

평생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이제 나는 내가 원하는 길이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아는 나이가 되었고,

그 길이 이전의 삶이 아니라는 것도 다.

다만, 그 길 위를 밟아갈 힘이 필요다.

매분 매초 자꾸만 편해지려는 관성을

이겨낼 수 있는 힘,

거대한 중력처럼 나를 주저앉히는 그 성질을

거스를 힘을 길러야 한다.


그래, 훈련.

훈련을 하자.

과거를 과거로 인정하고

떳떳하게 현재를 마주할 수 있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스물아홉이 .

아주아주 고독한 훈련이 될 테지만,

드럽게 힘들어서 매 순간 포기하고 싶어질 테지만,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일단 해 보자.


강제로 한 살도 더 먹은 마당에

그쯤 소화 못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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