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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조의 호소 Sep 15. 2015

우울과 우울이 공존하는 이맘때

스물여덟의 가을은

9월.


천칭자리의 탄생운을 타고 났기 때문일까.

추운 계절만 되면

심장은 

태초의 그것처럼

작고

위태로워진다.


어릴 적

또래 친구들이 새로운 학기를 고대하며

잔뜩 상기되던 틈바구니에서도

이유 모를 센치함에

이불만 끌어안던 나였다.


무엇이
나를 울게 만드는 걸까?


9월의 한기가 품은 우울함 때문일까.

그 무게는

올해 들어 더해진다.

납덩이같은 스물여덟의 가을은 

에게

여태껏 무엇했냐,

냉소를 날린다.

여느 신청서 한편에 자리한 직업란을

하얀 공란으로 비워 둘 때에도

무심한 듯 했던 그 의지는

이 잔혹한 달에 접어들면서

처참히

바스라져 버린다.

손가락 사이로 아슬아슬 걸려 있는

남들과 다르게 살고 있다는

자위,

뿐이다.


어쩌면 그 안타까운 위안이

가을의 밤공기보다도 더 

나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는 지도

몰랐다.


몸이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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