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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ticFox Aug 18. 2022

[일기] 후배를 울렸다.

최근 대학교 후배와 연락하였다.

이야기하다 당연히 "잘 지내니"라는 내용의 질문을 하였고,

답변은 "취직도 잘 안되고 요즘 자존감이 바닥이네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인스타그램에서 채팅을 하는데, 뭘 자꾸 지웠다 적었다를 반복하였고

자존감이 정말 바닥이구나... 농담이 아니구나 싶어서 가슴이 아팠다.


나의 경우 학부를 마치고 회사를 들어가는 것은 취준의 기간이 없었지만,

나도 박사를 들어갈 때는 석사 논문을 마무리 지으며,

6개월 정도의 박사과정 지원을 하며 합격과 여러 탈락을 반복하여 맛봐야 했다.

탈락으로 점철된 그 삶이 많이 힘들었었고...

후배 또한 그러한 시기를 지나고 있으리라 생각하였다.


후배에게 솔직한 도움을 주기 위해 나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였다.

예전 회사를 들어간 경험에 비추어 보면,

계열사마다 사람들의 성격이 다르고 특성이 다르다.

즉, 각 회사들에 지원할 때마다 다른 경우들을 마주할 것이고 

탈락할 때마다 그 다른 성향들에 본인을 맞추려 하다 보면 

어느 사이 본인은 사라지고 자존감은 낮아질 것이니 너무 본인을 맞추려 하지 말라는 조언을 하였다.


그리고 나는 그 후배에게 진심으로 "나를 찾아주는 회사"를 가길 바란다고 말하였다.

이 말을 하게 된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내가 좋아하는 일화가 있다.


[어떤 밴드에 보컬 포지션을 모집하는 지원 자리가 열렸을 때 한 보컬 지원자가

별다른 말을 적지 않고 이력서에 "나를 찾아주세요"라는 말만 적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글귀에 감명받은 밴드는 지원자를 뽑게 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 짧은 글귀를 누군가는 그냥 성의 없다고 생각하였을 수도 있고

그 짧은 글귀를 누군가는 진심을 담은 간결한 한 문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즉, 그 지원자가 합격한 것은, 결국 그 밴드가 그 간결함 속에서 

그 지원자의 진심을 알아보는 확률과 상황...

그 모든 요소들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인 것이다.

이것이 운이 아니면 무엇일까?


그래서 나는 후배에게 어느 회사든 어떤 사람이든 "너를 찾아 줄 것"이다.

지원자는 너무나 많고 우리는 수 없이 많은 사람들 중 하나이고

그렇기에 회사든 누구든 "나를 찾아주는 과정"은 쉬운 것이 아니다.

나를 찾아주지 못한 것을 내 탓을 할 필요도 남을 탓할 필요도 없다.

그저 누군가가 나를 찾아 줄 때까지 우리는 노력하고

누군가가 "나를 찾아줬을 때" 그것을 소중하고, 감사한 일로 생각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진지하게 그러한 이야기를 해주니 갑자기 후배는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다 큰 남자 놈이 왜 우냐고 괜찮으니 힘내라고 하였지만,

나는 그의 가슴 아픔을 나도 같이 공감하였다.


그의 어두운 삶의 터널이 빨리 끝나길 기도한다.

혹여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어려운 시기를 지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들을 위해서도 나는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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