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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ticFox Aug 23. 2022

[일기] 담쟁이덩쿨처럼...


나는 이제 주기적으로 월요일 수요일에 출근을 한다.

학교에 출근하니 학교의 입구 두 건물에 담쟁이가 휘감겨 무럭무럭 자라 있었다.

매 여름학교의 시설 관리팀은 과하게 자라나는 담쟁이를 막기 위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가지를 친다.
그런 잔인한 여름이 지나가면, 혹독한 겨울이 온다.
하얀 눈이 담쟁이넝쿨을 무겁게 뒤덮겠지만,
그 겨울을 이겨내고 담쟁이넝쿨은 매 여름마다 초록색으로 건물을 뒤덮는다.




사무실에 돌아오니 모든 게 제자리였다.

나는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고, 곧 도래할 학기의 Teaching에 관해 동료들과 이야기했다.

사무실에서 가장 친한 F군은 한 학생이 거짓말을 하여 화가 난 상태였고

담소를 나누며 그의 화를 누그러뜨리려 하였다.

그렇게 담소를 나누고 몇 건의 업무를 처리한 후 퇴근을 하게 되었다.


귀갓길 나는 F와 많은 이야기를 한다.

같은 라인의 지하철을 이용하므로 지하철에서 공부와 삶 그리고 인생을 논하곤 한다.

F는 나에게

"넌 한국에 돌아갈 거니?"라는 질문을 하였다.

"정해진 게 없는 거 같아... 아마 미국에서 포스터 닥터를 하지 않을까?"

뼛속까지 수학자인 F군은 나에게

"그래 삶은 비 확정적 (Non-deterministic) 확률이지"라고 대답했다.


F도 나도 생각이 많아 조용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몇 초간 앉아있었다.

스톡홀름 지하철 안에서 두 명의 떠돌이는 생각이 많아졌다.


 그의 여자 친구 S양의 이야기를 했다.

"S는 어쩌고 싶어 하는데?"

"걔는 여기 남고 싶어 하더라."

S는 그가 고등학교 때부터 연애해온 여자 친구이고,

그녀의 판단은 그의 행보에 많은 영향을 미치리라.

마침 알람음이 울렸다.

    - 이번 정류장은 Stadhagen역입니다.

F군이 운동하는 헬스장이 있는 곳이었고 그는

"야! 수요일 보자!"

라고하며 내렸다.


조용히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며 생각이 많아졌다.

그 비 확정적 확률이 나에게 해온 짓들을 생각했다.


- 지방대 출신으로 유명 기업에 다니는걸 가능하게 하였고

- 독일과 스웨덴에서 생활비를 지원받으며 석사를 하게 하였고

- 스웨덴에서 회사 생활을 하게 하였고

- 좁은 문을 뚫고 스웨덴에서 박사를 하며 미국과 같이 일하게 되었다.


다들 하나같이 주변에서 만류하거나

못할 거다라고 말한 일들이었다.

나는 담쟁이넝쿨과 같은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다.

혹독한 겨울과 같은 환경에서도, 나는 최선을 다했고

잔인한 가지치기 같은 사람들의 언행들 속에서도 성취해 냄으로서

나를 증명해왔다.


나를 증명하는 과정은 힘들지만,

계속 도전하련다.

나는 담쟁이와 같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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