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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도 매막골

by 조영환

대청도 매막골


대청도는 송골매의 일종인 ‘해동청(海東靑)’의 흔적을 간직한 특별한 섬이다. 대청도 서내동(대청 1리)에는 ‘매막골’이라는 지명이 남아있다. 이는 예로부터 매를 기르고 훈련시키던 ‘매막’이 이곳에 있었음을 보여준다. 매는 고려 시대부터 귀중히 여겨졌으며, 충렬왕 때는 매사냥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관청인 응방(鷹坊)까지 설치되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 매의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천연기념물 제323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매사냥은 전통적 가치와 희귀성을 인정받아 2010년 11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조선의 학자 이규경은 그의 저서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서 매를 세세히 구분하였다. 그는 “매는 그 해에 나서 길들여진 것을 ‘보라매’라 하고, 야생에서 여러 해 된 것을 ‘산진(山陳)’이라 하며, 집에서 여러 해 길들여진 것을 ‘수진(手陳)’이라 한다. 흰 매는 ‘송골(松鶻)’, 청색 매는 ‘해동청’이라 부른다”라고 기록하였다. 이처럼 매는 그 상태와 색깔에 따라 다르게 불리며, 사냥 문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조선 시대에는 매사냥이 왕실과 고관들 사이에서 매우 인기 있었다. 매사냥은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신분과 권력을 과시하는 행위였다. 이를 위해 매사냥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응방(鷹坊)이 설치되었으며, 왕실에는 내응방(內鷹坊)이라는 별도의 조직이 운영되었다. 응방은 매를 사육하고 훈련하며, 명나라에 조공으로 바치거나 종묘 등에 진상할 매를 관리했다. 내응방에는 내시, 별감, 그리고 매를 다루는 전문 사냥꾼인 응인(鷹人), 일명 시파치(時波赤)가 포함되었다.


그러나 매사냥이 지나치게 성행하면서 민간에 피해를 주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연산군 때는 사냥을 위해 백성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어 고통을 초래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로 중종 때 일부 제도가 폐지되었으나, 민간에서의 매사냥은 금지되지 않았다. 조선 후기에는 서민들도 매사냥을 즐길 수 있게 되었고, 일제강점기에는 허가제로 제한되었지만 여전히 중요한 놀이문화로 자리 잡았다.


매사냥은 팀워크가 중요한 활동이었다. 매를 훈련하고 다루는 수알치, 잔솔밭에 숨은 꿩을 날리는 털이꾼, 매와 꿩이 날아간 방향을 알려주는 배꾼이 협력하여 사냥을 진행했다. 매는 어린 새끼인 보라매, 야생에서 자란 산진이, 잡아서 길들인 수진이 등으로 나뉘었으며, 그 각각이 사냥에서 독특한 역할을 했다.



오늘날 대청도의 매바위 전망대는 이러한 역사와 문화를 기념하는 상징적인 장소다. 황해도 장산곶에서 대청도를 자유롭게 오가던 매를 이용해 매사냥을 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는 대청도 매막골이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지형은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르는 매의 형상을 닮은 경관으로 유명하다. 이곳은 대청도가 해동청의 주요 서식지였음을 상기시키는 자연의 기념비이기도 하다. 매사냥의 전통은 대청도의 지형과 지명 속에 깊이 새겨져 있으며, 지금도 그 역사적 흔적을 통해 과거를 느낄 수 있다.


대청도와 매사냥의 이야기는 요즘 사람들에겐 매우 생경한 이야기다. 필자가 어릴 적 살던 동네는 매가 하늘을 선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겨울이 되면 먹이 사냥을 위해 더 자주 목격되었고, 방해되던 지형지물이 그리 많지 않았던 마을이었기에 강아지를 낚아 채 갔다는 이야기도 들려왔었다.


어린 마음에 하늘을 올려다보며 매를 관찰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매의 선회는 그 자체로 경이로웠다. 날개를 펼친 채 넓은 원을 그리며 하늘을 유유히 떠도는 모습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차분한 고요 속에서 힘을 응축하는 듯했다. 갑자기, 매는 날갯짓을 강하게 하며 한 점을 향해 돌진한다. 그 속도는 눈에 띄지 않을 만큼 빠르다. 날카로운 눈빛을 빛내며 쏜살같이 날아가는 매의 움직임은 마치 화살처럼 정확하고, 순간적으로 목표를 향해 날아간다. 그 순간, 매는 온전히 하늘의 주인이 되어 바람을 가르며 자유를 만끽하는 모습으로 남아있다.


대청도 매바위 전망대에서 머물며 바다를 내려다본다. 양쪽에서 바다로 내달리는 산줄기가 이어지며 마치 매가 날아오르는 듯한 지형이다. 평화롭지만 역동적인, 흔치 않은 풍경이다.

@thebc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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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https://www.farminsight.net/news/articleView.html?idxno=738&utm_source=chatgpt.com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17949?utm_source=chatgp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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