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전 참전용사였음을 평생의 자부심으로 알고 사셨던 형님을 애도하며
어제 큰 동서 형님의 부고를 받았습니다. 봄에 통화했을 때만 해도 산책도 하고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 다소 안심을 했었습니다.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따뜻한 온기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온기를 다시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이 저를 깊은 슬픔에 잠기게 합니다. 작년 3월 18일, 계룡산에 갔을 때 잠시 들려볼까 했던 그날이 떠오릅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발길을 돌린 저의 선택이 지금은 후회로 남아 있습니다.
형님은 월남전 참전용사였습니다. 베트남 전쟁에 몸을 바쳤던 그의 삶은 역사적인 평가를 떠나서 한 개인의 삶으로 되돌아봤을 때,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희생의 역사를 담고 있었습니다. 그가 세상이라는 무대에서의 마지막 장면을 마무리하며 하늘나라로 떠날 때, 저는 당연히 태극기를 덮어드려야 된다 생각하고 차가운 관을 태극기로 감싸드렸습니다. 그의 여정을 그렇게 배웅하며, 저는 삶과 죽음에 대해 새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삶은 소풍과도 같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이 세상에 잠시 머무르기 위해 태어나, 그 안에서 웃고, 울고, 사랑하며 각자의 이야기를 써 내려갑니다. 소풍을 떠날 때는 언제나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 아쉬움은 이루지 못한 꿈 때문일 수도 있고, 전하지 못한 사랑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삶의 의미는 그 소풍이 얼마나 길었는지가 아니라, 그 안에서 우리가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남겼는지에 달려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죽음은 삶의 반대가 아니라 그 일부라는 생각이 듭니다. 죽음이 있기에 삶은 더욱 빛날 수 있습니다. 형님의 생애를 돌아보며, 그는 자신의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의 헌신과 용기, 그리고 가족과 나라를 사랑했던 마음은 그의 삶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떠나는 이들의 흔적을 기억하는 것은, 그들의 삶을 현재로 이어가고, 우리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계기가 됩니다.
삶은 언제나 불완전한 상태로 흘러갑니다. 우리는 미처 하지 못한 일과 전하지 못한 마음을 뒤로한 채, 매일을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런 불완전함이야말로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아닐까요? 형님과의 마지막 만남을 놓친 아쉬움은 저에게 중요한 교훈을 주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고, 후회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형님께서는 이제 이 세상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더 가벼운 발걸음으로 새로운 여정을 떠나셨습니다. 그의 삶이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를 마음에 새기며, 저는 오늘도 이 소풍의 의미를 되새깁니다. 언젠가 우리 모두가 그와 같은 여정을 떠나게 될 때, 저도 형님처럼 제 삶을 감싸 안는 자부심과 사랑을 남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형님과 함께 기울였던 소주잔이 더없이 그리워질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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