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과 '하코네에서 온 편지'
프롤로그
'설국'과 '하코네에서 온 편지'
어린 시절, 우연히 헌책방에서 발견한 한 권의 책이 있었다. 회색빛 표지 위에 적힌 ‘설국(雪国)’이라는 제목은 왠지 모를 무게감과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훨씬 나중의 일이었고,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라는 것도 알지 못했었다. 당시엔 그저 책 속의 첫 문장,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라는 문장이 내 기억에 희미하게 남았을 뿐이었다. 설국이 어떤 풍경인지, 그곳이 품은 감정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책을 덮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몇 십 년이 흐른 지금, 일본 열도를 여행하며 그 첫 문장이 문득 떠올랐다. 눈 덮인 산과 들, 고요한 료칸,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일본의 풍경은 내가 어릴 적 어설프게 상상했던 설국의 모습을 눈앞에 펼쳐 보이는 듯했다.
이 글은 센다이에서 오사카까지 이어진 나의 여정을 담은 기록이자, 여행의 풍경 속에서 되살아난 나만의 설국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열도의 풍경과 전통, 사람들 속에서 나는 과거의 기억과 마주했고, 그 기억은 내게 새로운 시선과 감각을 선물했다.
빠른 삶 속에서 새카맣게 잊고 있었던 어릴 적 문학적 감수성이 깨어나는 경험이었던 나의 일본 여행은 ‘설국’과 ‘하코네에서 온 편지’라는 작품을 용케 기억하고 있었던 소년시절 나의 꿈이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설국의 기억, 열도를 걷다’는 여행과 문학, 그리고 기억의 오묘한 교차점을 담은 소박한 기록이다. 이 글을 읽으며 당신도 당신만의 설국을 발견할 수 있길 바라며, 하코네에서 온 편지를 읽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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