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산 오르는 길

by 조영환



진달래꽃, 현호색 연보랏빛 꽃망울이

수줍은 듯 고개를 내밀고 있는 미륵산 오르는 길

부도탑과 삼층석탑이 없으면 황산사 절터인지도 모를

휑하니 찬바람만 머물고 있는 절터를 지난다.


돌부리와 나무뿌리가 엉켜있는 된비알 험한 등로를

로프에 의지하고 사족보행으로 기어 오르니

산객의 몸은 금세 후끈 달아오른다.


경관도 그닥이고

그저 스산히 불어오는 바람만 제법 차게 느껴지는 미륵산 정상에서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산객의 번다함을 내려놓는다.

미륵상의 자비와 은덕인지

크고 작은 암봉이 솟은 미륵산 주봉은 빼어나더라.


바위에 새겨진 미륵상의 자비로운 미소를 마음에 담은 터라

심술부리는 바람을 탓할 마음은 조금도 없지만

아무래도 바람과 그만 놀고 하산을 서두르는 까닭은

더도 덜도 아니고 훗날 그저 미륵산에 다시 오르기 위함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