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산

by 조영환


구멍이 숭숭 난

앙상한 갈색 숲을 떠도는

코끝 시린 찬바람이

아직은 머물고 있는

가리산 숲으로 오른다.


지난가을

눈처럼 땅으로 내린 붉은 낙엽이

겨우내 피었던 눈꽃에

언 발등을 녹이기도 전인

가리산 숲으로 오른다.


얼음이 풀린 계곡 한켠에

아직은 머물고 있는 겨울을

보내기 싫은 건지 아쉬운 건지

쫄 쫄쫄 계곡이 풀리는 둥 마는 둥 한

가리산 숲으로 오른다.


빙글빙글 돌아 오르는 계단처럼

그렇게나마 계곡이 풀리고

아기 숨소리처럼 새근새근

그렇게나마 흘러내리는 건

코 끝 시린 찬바람 살살 달래가며 가리산 숲을 떠나

언 발등 녹여가며 화양강으로 흘러 흘러

봄소식을 기다리는 배를 띄우기 위해서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