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푸른바다는
검은 바위틈으로 들락거리며
하릴없이 밀려왔다 밀려가며
철썩이는 파도와 함께
다시 깊은 바다로 여행을 떠난다.
치열하게 태양과 대치하며
뙤약볕 내리쬐는 한 여름을 보낸 억새는
이제 따사롭고 온화한 가을볕에
누런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며
바람결에 그저 살포시 제 몸을 누이고
지나는 길손의 숨소리처럼 사각거린다.
억새 숲 너머에서 들려오는
풍차날개 소리를 따라
고개를 잠시 들어보지만
이내 불어오는 바람에 그저 스러질 뿐
사각거리는 스산함은 좀처럼 멈추질 않는다.
가을볕에 떠밀려온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면
제 몸을 비벼대며 황금빛 억새가 사각사각 울고
파도에 떠밀려온 철모르는 파도가 철썩이면
검은 갯바위가 황금빛 억새를 따라서 사그락사그락 운다.
바람이 길손인지 길손이 바람인지 모를
그저 바람결에 스치듯 살아온 인생살이처럼
풍차 날개 소리는 그저 덧없이 웅웅거리고
억새 숲을 걷는 길손의 마음속으론
어느새 푸른 바다가 성큼성큼 다가와
황금빛 억새가 되고 검은 갯바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