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렁이

by 조영환

어제 애들이 손주를 데리고 왔다.

다음 주 바쁜 일정으로 일주일 돌봐달란다.

오늘은 손주넘과 춘천박물관을 찾았다.

굴렁쇠도 굴려보고 팽이도 쳐보고 징과 꽹과리도 쳐보고

모처럼 어릴 적 동네 골목에서 놀던 추억이 되살아난다.


마트에 들려 운동화 한 켤레 사서 신겼다.

물건 찾는데 신기에 가까운 경지에 이른 울 마눌님이

어디서 찾아왔는지 운동화가 맘에 든다.

그새 제법 발이 컷다.

160밀리란다.


오후 세 시에

막국수로 늦은 점심을 먹고 노느라 지쳤는지

이내 잠들어버린 손주넘을 안고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이고

마눌님이랑 영화 한 편 보고 함께 저녁을 먹는다.


텃밭에 농사지은 고구마를 간식으로 삶아주었더니

제 주먹만 한 놈으로 한 개를 먹는다.

한참을 놀더니 열시가량 되니 밖이 깜깜해졌다고 내 손을 잡아끌고 자야 한단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내 엄지손가락을 잡고 만지작거리더니 이내 잠이 든다.

나도 이내 잠이 든다.


밖에서 소우는 소리가 들려 새벽 두 시에 잠이 깬다.

초저녁부터 진통이 시작되었는지

윗 동네 우사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꽤난 다급하게 느껴졌는데

초가을 밤바람이 제법 차게 느껴지는 이 새벽까지 어미 소가 울고 있다.

가로등 불빛이 따스하게 쏟아진다.


희붐하게 새벽이 밝아오는

아직은 어두운 동네 길을 따라

출산의 고통 소리가 들려온다.

우사 쪽으로 걱정스런 눈길을 보낸다.

누렁아 힘겨운 고통을 끝내고 건강하게 송아지를 출산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