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발이 가늘게 내리다 함박눈으로 바뀌고 다시 비처럼 가늘어진다.
빗자루를 들고 사람이 다니는 길만 쓸고 들어온다.
하얀 눈이 쌓인 마당에 토끼나 다니는 길처럼 좁다란 길이 하나 금세 생긴다.
차위에 쌓인 눈도 쓸어주고 야외탁자에 쌓인 눈도 쓸어준다.
주말에 손주들이 오면 눈사람 만드는 놀이터가 될 마당에 쌓인 눈은 그대로 둔다.
소리도 없이 밤새 내린 눈으로 그렇게 온 세상이 겨울 왕국으로 변했다.
난로에서 나오는 빨간 불빛에 발가락을 가까이 가져간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따듯한 커피로 몸을 녹인다.
소나무 가지에 올라앉은 눈을 어쩌지...
창문을 열고 내다보며 쓸데없는 소나무 걱정을 한다.
트랙터가 오가며 마을 도로에 쌓인 눈을 치우느라
이른 아침부터 갑자기 소란스러운 시골마을, 설국이 따로 없다.
대룡산을 올려다보니
저곳에 산이란 게 있었나 싶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온통 하얗게 눈 내리는 하늘과 하나가 되어버린 대룡산은
눈발 날리는 하늘에 제 모습을 감추고 아무일 없다는 듯 시치미를 뚝 떼고 있다.
오늘 점심 약속이 있는데
눈이 이렇게 쌓이면 차를 끌고 나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