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의 기억, 열도를 걷다]
창밖의 풍경, 시간을 가로지르며
겨울, 일본.
신칸센 고다마 호에 몸을 실었다.
출발역은 가케가와. 목적지는 도요하시.
약 30분 남짓한 거리, 그러나 이 짧은 여정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계절과 시간을 통과하는 하나의 감각적인 순간이었다.
신칸센(新幹線)은 일본의 고속 철도 체계이자 세계 최초의 고속철도 체계이다. 철도의 분할 민영화 전까지는 일본국유철도가 운영하였고, 현재는 JR 그룹 5개 사가 운영하고 있다. 1964년 하계 올림픽을 대비하여 1964년 10월 1일 도카이도 신칸센이 최초로 개업하였다. 세계적으로 유일 무이한 일본 고속 철도인 신칸센 개통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20년 만에 일본의 저력을 세계에 널리 알리게 된 계기가 되었으며, 지금도 일본 고속 철도 신칸센은 일본의 중요한 상징물 중 하나다.
新富士駅, 일본 시즈오카현 후지시에 위치한 도카이 여객철도 소속의 도카이도 신칸센의 정차역이다. 승강장은 2면 2선으로 되어 있으므로, 후지 산의 남쪽 정면에 위치하고 있으며, 역에서 후지 산 전경을 볼 수 있다.
고다마 호는 도카이도 신칸센 중에서도 가장 느긋한 열차다. 모든 역에 정차하기 때문에 가장 빠른 ‘노조미’나 ‘히카리’보다 훨씬 여유롭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이 여행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겨울이라는 계절이 주는 고요함 속에서, 빠르지 않지만 꾸준히 나아가는 열차는 그 자체로 하나의 정서였다.
차창 너머로 흘러가는 풍경은 희뿌연 안개와 겨울 들판이었다. 벼가 수확된 논은 누런 속살을 드러낸 채 숨을 죽이고 있었고, 그 위로 낮게 깔린 구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회색빛 하늘 아래로 집들이 점점이 놓여 있었고, 한두 마리 까마귀가 느릿하게 날아올랐다. 일본의 겨울은 북쪽의 눈 내리는 정경처럼 극적이지는 않았지만, 그 대신 고요하고 담백했다. 마치 말 한마디 없는 풍경화처럼, 그 자체로 조용히 말을 건네왔다.
기차는 부드럽게, 그러나 꾸준한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몸은 창틀에 기대어 있었고, 눈은 수평선처럼 펼쳐진 들판 위를 따라 움직였다. 어느 마을의 빨간 지붕이 잠시 시야를 스치고, 또 어느 논밭의 은은한 안개가 커튼처럼 흘러내렸다. 이 겨울의 들판은 잠든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봄을 준비하는 침묵의 시간인지도 모른다.
가끔씩 철길 옆 작은 신사가 눈에 들어왔다. 주홍색 도리이 너머로 신목(神木) 같은 나무가 서 있고, 잿빛 하늘 아래 향 하나 피워 올릴 듯한 분위기. 일본의 시골은 참 묘한 정적을 지닌다. 인공적인 질서와 자연의 여백이 어색하지 않게 공존하는 곳. 그 안에서 나 역시, 그 일부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고속철이지만, 고다마 호는 각 역에 정차한다. 그 속도마저도 이 계절엔 어울렸다. 빠르되 조급하지 않았고, 정확하되 날카롭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과거와 현재 사이를 천천히 안내해 주는 듯한, 기품 있는 속도였다.
그때 문득, 내가 탄 이 열차는 단지 공간을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가로지르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창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은 어떤 오래된 기억처럼 스며들었고, 그 안엔 누구의 발자국도 없이 눈처럼 내려앉은 시간의 결이 있었다. 가케가와에서 도요하시까지의 이 30분은, 단지 지도를 따라가는 선 하나가 아니라, 한 계절의 가장 조용한 심장소리를 듣는 일이었다.
열차가 도요하시에 가까워질 무렵, 햇살이 구름 틈을 뚫고 잠시 들판 위로 쏟아졌다.
그 빛은 찰나였지만, 그 짧은 순간 안에 여행의 이유가 응축된 듯했다.
‘이제 곧 또 다른 도시, 또 다른 겨울의 얼굴과 마주하겠구나.’
내 여정은 그렇게 이어지고 있었다. 바람처럼, 구름처럼, 혹은 지나가는 창밖의 그림자처럼.
신칸센을 타고 토요하시로 이동한 우리는 호텔 아소시카 토요하시 (Hotel Associa Toyohashi)에 여장을 푼 후에 호텔 석식으로 저녁 식사를 마치고 Kalmia Toyohashi 쇼핑몰과 호텔 주변 야경을 둘러본다. JR 도요하시역과 연결되어 있어 이동이 편리하고, 시설도 깔끔하다. 체크인 후 바로 짐을 풀 수 있고, 도요하시 시내를 걸어 나가기에도 좋다. 이 선택은 여행자에게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호텔 지하 1층에는 Kalmia Toyohashi 쇼핑몰이 연결돼 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드럭스토어, 기념품 가게, 음식점 등이 모여 있어 간단한 쇼핑이나 간식거리를 해결하기에 적당하다. 특히 일본 각 지역 한정 과자나 음료, 일본 생활 잡화 등을 찾는다면 들러볼 만하다.
시가지가 어두운 편이다.
도요하시 시내는 의외로 이른 시간에 문을 닫는다. 대다수의 상점이 오후 6시를 넘기면 영업을 종료한다. 현지 상인들의 말에 따르면, 저녁 시간 이후엔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간 타임만 영업하는 상점이 많다고 한다. 따라서 쇼핑이나 외출은 가능한 한낮에 미리 해두는 편이 좋다.
하지만 어둠이 내린 도시는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간판 불빛은 드문드문 거리 위를 밝히고, 주택가 사이사이로 작은 이자카야(居酒屋)가 하나씩 불을 밝히기 시작한다. 멀리 보이는 마루에이(豊橋丸栄) 간판은 도요하시의 밤에 익숙한 풍경이다. 본래는 나고야의 유명 백화점이지만, 이곳 도요하시에도 지점을 운영 중인 듯하다. 마루에이는 주간에 쇼핑하기 좋은 곳으로, 특히 일본식 의류나 고급 식자재를 찾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밤이 깊어지면, 나도 도요하시의 밤을 마저 걸었다. 이들의 퇴근 후 밤문화가 궁금해지기도 하여 나선 길이다. 작은 골목을 돌다 찾은 이자카야. 간판에 “いさかや(이자카야)”라고만 적힌 소박한 선술집이었다. 간단한 안주를 곁들여 따뜻한 소주나 사케를 한잔 마시기에 이보다 더 좋은 장소는 없었다. 메뉴판은 일본어뿐이었지만, 직원은 친절했고, 사진이 함께 있는 메뉴 덕에 주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추천 메뉴는 모츠니(もつ煮) — 일본식 곱창 조림 — 과 소바, 그리고 지역 사케 한 병. 현지인들이 잔잔한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나 역시 낯선 도시의 일부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여정은 짧았지만, 그 안에 깊이가 있었다.
풍경과 계절, 도시와 사람, 식사와 술잔.
그 모든 것이 조용히 이어지며 내 마음속에도 여행의 무늬를 새겨 넣고 있었다.
가케가와에서 도요하시까지.
단지 이동만을 위한 열차가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기억이 되는 길.
여행이란, 어쩌면 그런 것이다.
속도를 늦추고, 풍경을 바라보고, 계절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
그리고 그 속에서 문득, 나를 다시 발견하는 일.
@thebcstory
#일본여행 #신칸센 #겨울여행 #가케가와 #도요하시 #고다마호 #여행기 #풍경사진 #이자카야 #현지맛집 #일본철도 #도시야경 #호텔추천 #소바 #사케 #모츠니 #여행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