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의 기억, 열도를 걷다]
후지산을 품은 호수, 아시노코(芦ノ湖)
안개의 호수, 신사를 지나 마음이 잔잔해지기까지
하코네를 여행하면서, 나는 자연스레 아시노코(芦ノ湖, 아시노 호)로 향하게 되었다. 이 호수는 일본 가나가와현 아시가라시모군 하코네정에 위치한 폐색호(閉塞湖, barrier lake)는 지진이나 화산, 산사태 등으로 인해 강의 흐름이 막혀 생겨난 호수이다. 언색호(堰塞湖)라고도 한다. 약 3000년 전 하코네 산의 대규모 수증기 폭발로 형성된 칼데라이다. 칼데라는 화산이 폭발하면서 비워진 마그마 챔버가 내부 지지대의 상실로 인해 붕괴되어 형성된 거대한 함몰지(陷沒地)로, 아시노 호도 그와 같은 과정으로 탄생하였다.
오와쿠다니에서 내려와 토겐다이(桃源台) 역에 도착했을 때, 하코네는 다시 또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분화구의 거칠고 숨막히는 풍경에서 벗어나, 이곳에선 물의 감각이 나를 맞았다. 유황 냄새는 어느새 사라지고, 대신 차가운 안개와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온몸을 감쌌다. 토겐다이 선착장에는 유람선이 정박해 있었고, 나는 그 배에 몸을 실었다. 유람선은 아시노코(芦ノ湖) 호수를 천천히 가르며 나아갔다. 호수 위에는 흐릿한 안개가 내려앉아 있었고, 배의 흔들림에 따라 풍경은 조용히 흔들렸다. 하코네의 호수는 맑다기보다 깊었다. 햇살이 비쳐도 반짝이지 않고, 마치 오래된 감정을 머금은 듯 잔잔하게 침묵한다. 이 호수를 처음 본 순간, 나는 이곳이 단순한 자연 풍경을 넘어서 하나의 ‘기억의 저장소’처럼 느껴졌다.
후지산이 보이는 호반 주변에는 하코네 신사를 비롯한 많은 경승지가 있으며 배를 타고 낚시를 즐기는 곳으로도 꽤나 유명세를 타는 호수이다. 아사노코 남쪽 모토하코네와 하코네마치 사이엔 한 때 일본 황족의 여름 별장으로 사용되었던 하코네 이궁은 현재 ‘온시 하코네 공원’으로 운영되며 봄엔 벚꽃, 여름엔 녹음이 짙은 숲, 가을엔 울긋불긋 단풍, 겨울엔 설경으로 사계절 내내 다채로운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고, 등산 및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하이킹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곳이다.
호수로 향하는 길은 마치 시간이 느릿하게 흐르는 듯 고요하다. 울창한 숲을 가로지르며 상쾌한 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고, 어느새 눈앞에는 드넓은 아시노 호가 모습을 드러낸다. 숲을 스치는 바람 소리와 나뭇잎 사이로 속삭이는 듯한 고요함은, 잔잔하면서도 약간 흐린 날씨의 아시노 호와 묘하게 어우러진다. 후지산자락의 품에 안긴 듯한 호수는 그곳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다독이는 듯하다.
칼데라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은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독특한 지형을 자랑한다. 화산이 폭발한 후 비워진 마그마 챔버가 붕괴하며 만들어진 거대한 함몰지, 그곳에 물이 고여 호수가 된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아시노 호는 고요하면서도 장엄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 웅장한 호수를 마주한 순간, 마치 자연이 품어준다는 듯한 따뜻함과 동시에 인간의 존재가 얼마나 작고 겸허한지를 절감하게 된다.
호수는 면적 7.1평방 킬로미터, 최대 깊이 43.5미터, 수면 높이 해발 723미터에 달한다. 이러한 고산지대에 위치한 덕분에,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깨끗하고 맑은 경관이 펼쳐진다. 특히 맑은 날에는 호수 너머로 웅장한 후지산이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며 감탄을 자아낸다. 후지산의 모습이 물 위에 반사될 때의 장관은 가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호반 주변은 여유롭고 정갈한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걷는 내내 하코네 신사를 비롯한 전통적인 명소들과 크고 작은 경승지들이 눈앞에 펼쳐지며, 그저 발길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지고 눈이 즐거웠다. 특히 하코네 신사의 도리이가 호수 위로 뻗어 있는 모습을 처음 본 순간, 사진에서 보았던 그 익숙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데도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두근거렸다. 신성한 기운이 감도는 듯한 그 웅장함과 신비로운 자태는 사진으로는 결코 다 담아낼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이었다.
유람선을 타고 호수를 한 바퀴 도는 동안, 잔잔히 일렁이는 물결과 나지막한 산세, 그리고 그 위를 스치며 흐르는 바람이 만들어내는 풍경에 나도 모르게 숨이 깊어졌다. 이 모든 순간이 마치 자연과 하나가 되는 느낌을 선사해, 그저 고요히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채워졌다. 다소 쌀쌀하게 느껴지는 시원한 바람이 후지산에서 시작된 바람이 아닐까 생각하니, 가슴 한구석에서 벅찬 감정이 차오른다. 그 바람은 마치 거대한 자연이 내게 건네는 인사처럼 느껴졌고, 아시노 호 위로 일렁이는 잔잔한 물결이 그 대답을 대신해 주는 듯했다.
아시노 호를 마주했을 때, 나는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있다는 생각을 넘어섰다. 이곳에는 수천 년을 이어온 자연의 숨결과 그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있는 듯했다. 호수 앞에서 잠시 멈춰 서니, 물결 하나하나가 마치 과거의 시간을 되새기듯 잔잔히 일렁이고, 그 고요함 속에서 묘한 안도감이 밀려왔다. 하코네를 찾는다면 꼭 이 호수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시간을 흘려보내보길 권하고 싶다. 이곳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자연이 마음을 어루만지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산속에서 마주한 호수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고요하고 맑았다. 물은 깨끗하게 빛나며, 세상의 모든 잡음이 멀리 떠난 듯했다. 범선처럼 생긴 유람선이 잔잔한 수면 위를 떠다니는 모습은, 여행의 낭만을 더해주었다. 호수 위로 날아오르는 새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은 여유롭고 깊은 이야기를 속삭이는 듯, 마음속에 잔잔한 여운을 남겼다. 이어서, 후지산이 수평선 너머로 모습을 드러내며, 경이로움을 안겨주었다. 이곳에 서서 자연과 하나가 되어 가는 기분을 느끼며, 그 아름다움을 눈과 마음 깊이 담아두었다.
아시노코를 유람하려면 하코네 해적선이나 아시노코 유람선 중 하나를 타면 되는데, 우리는 해적선을 타고 호수를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유람선이 아닌, 해적선을 타고 호수를 가로지르는 경험은 예상치 못한 반전처럼 느껴졌다.
해적선에 올라 아시노 호의 물결을 따라 항해를 시작했다. 범선처럼 생긴 그 독특한 외형을 바라보며, 이미 여행의 분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했다. 아시노 호에서의 유람은 단순히 관광 여객선을 타는 것이 아니라, 해적선이라는 독특한 범선처럼 생긴 배에 올라타는 순간부터 색다른 여행이 시작된 느낌이었다. 그 외형만으로도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는데, 배가 항해를 시작하면서 아시노 호의 넓은 수면을 가로지르는 동안, 그동안 마음속에서만 그리던 후지산의 위엄 있는 모습이 서서히 눈앞에 펼쳐졌다. 그토록 기다리던 후지산을 마주하게 되는 감격은 말로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는 절경이었다. 파도 소리와 바람이 실어 오는 시원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며, 그 순간만큼은 세상 모든 걱정을 잊고 자연의 품에 안긴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 순간, 문득 ‘사카사 후지(逆さ富士, さかさふじ)’라는 말이 떠올랐다. ‘사카사 후지’는 ‘맑은 아시노코 위에 거꾸로 비친 후지산’을 의미하는 전통적인 표현이다. 그 말 그대로, 하얀 눈으로 덮인 후지산이 고요한 호수 위에 완벽하게 반영되어 있었다. 물결에 흔들리는 후지산의 모습은 마치 현실과 꿈의 경계가 흐려지는 듯했고, 그 광경을 바라보며 자연의 경이로움에 잠시 숨을 멈추고 감탄했다. 이 순간, 그저 그 아름다움 속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채워졌다.
멀리, 붉은 도리이(鳥居)가 물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하코네 신사의 입구다. 수면 위에 선명하게 떠 있는 도리이는 마치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 같았다. 배에서 내려 신사까지 걸어가는 길, 숲길은 축축했고, 나무 사이로 들리는 새소리는 낮은 울림처럼 가슴에 닿았다.
하코네 신사는 수백 년 전부터 여행자들의 안녕을 빌어온 장소다. 나는 신사 앞에서 조용히 손을 모았다. 무엇을 빌어야 할지 몰라서, 그저 ‘잘 걸어가고 싶습니다’라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누군가의 신을 믿지 않더라도, 삶에는 그렇게 마음을 가만히 내려놓는 순간이 필요하다는 걸, 나는 이 여행에서 자주 느꼈다.
아시노코 구두룡(九頭龍) 전설
아시노 호수의 구두룡 전설은 하코네 지역의 유명한 이야기이다. 전설에 따르면, 아시노 호수에는 구두룡이라는 아홉 개의 머리를 가진 용이 살고 있었다. 이 용은 호수 주변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고, 그들에게 공물을 요구했다.
그러나 어느 날, 한 용감한 승려가 나타나 구두룡을 물리치기로 결심했다. 승려는 구두룡을 제압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했지만, 용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결국 승려는 구두룡을 호수의 깊은 곳에 봉인하는 데 성공했고, 그 이후로 구두룡은 더 이상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았다.
이 전설은 아시노 호수 주변의 여러 신사와 사찰에서 기념되고 있으며, 특히 하코네 신사에서는 구두룡을 모시는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아시노 호수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이 전설은 많은 관광객들에게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이 이야기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것 같지 않나요? 맞다. 기독교 성인 성 게오르기우스(라틴어: Georgius, 영어: Saint George, 생년 미상 ~ 303년 4월 23일) 이야기와 비슷한 점이 있다. 필자의 브런치 북 ‘카파도키아 향기’ 제10화 ‘기독교의 신앙적 심장 괴레메 수도사의 골짜기’에서 소개한 적 있다. (https://brunch.co.kr/@thebcstory/70)
악룡을 물리치는 성 게오르기우스의 전설은 카파도키아와 깊은 연관이 있다. 옛 카파도키아 왕 세르비오스(Selbios)의 왕성이 있던 라시아(Lasia) 근처의 작은 마을 시레나에는 사람을 헤치는 기괴하고 무서운 악룡이 호수에 살고 있었다. 악룡은 매일 두 마리의 양을 제물로 바칠 것을 요구하였고, 양이 바닥이 나자 악룡은 독기를 뿜어내며 사람들을 해치기 시작했다. 결국 마을에서는 사람을 악룡에게 바치게 되었고, 시레나라는 작은 마을에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더 이상 제물로 바칠 사람이 없게 되어 왕의 외동딸까지 바쳐야 할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왕은 공주에게 보석을 주며 멀리 도망가라고 했지만, 그마저도 실패로 돌아가고 악룡의 분노만 키우게 되었다.
때마침 이곳을 지나던 게오르기우스는 악룡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공주가 용의 제물이 되기로 한 날 호수에서 악룡과 싸우게 되었다. 독을 뿜어내는 용이 입을 벌린 순간, 그는 가지고 있던 긴 창으로 용의 입속에 일격을 가해 악룡을 제압했다. 게오르기우스는 공주의 허리띠로 죽은 악룡을 꽁꽁 묶어 마을로 끌고 가며, 마을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악룡을 물리쳤으니 사전에 약속한 개종의 약속을 지키라고 말한다. 이에 이교를 믿던 마을 주민들은 게오르기우스와의 약속대로 기독교로 개종하게 되었다는 전설이다.
성 게오르기우스는 기독교의 중요한 인물로, 그의 삶과 가르침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특히, 성 어거스틴은 악과 고통에 대한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신앙을 통해 이를 극복하려고 했다.
아시노 호수의 구두룡 전설도 악의 존재와 이를 극복하려는 인간의 노력을 다루고 있다. 고대 사회에서 전설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주었고, 공동체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아시노 호수의 구두룡 전설이나 성 게오르기우스의 악룡 전설을 생각해 보면, 선과 악의 대결은 단순히 신화적 이야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악을 물리치려는 인간의 용기와 신앙을 강조하는 이야기였다.
두 전설 모두 악룡은 마을 사람들에게 공포와 불안을 안겨주지만, 이를 물리친 주인공은 신의 뜻을 따르며 싸운다. 당시 사람들에게 악을 물리치는 것은 신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신성한 행위였다. 이들은 신의 개입을 믿고, 신의 도움을 구하며 싸웠다. 나는 이 점에서 고대 사람들이 신앙을 얼마나 중요한 길잡이로 여겼는지 깨닫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런 전설은 공동체의 안정과 질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악을 물리친 후 평화가 찾아오는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질서와 연대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함께 힘을 합쳐 공동체를 지키고, 서로를 보호하려는 마음을 가졌다.
전설 속 악룡은 또한 자연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상징이다. 자연은 고대 사회에서 신성시되었고, 그 질서를 지키는 것이 인간의 역할이었다. 용을 물리치는 이야기 속에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엿볼 수 있다.
결국, 전설은 고대 사람들이 삶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여겼는지, 그들의 신앙과 도덕적 가치관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구두룡이나 악룡을 물리친 이야기는 그저 괴물을 처벌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용기와 신앙, 공동체의 힘을 강조하는 교훈을 담고 있다. 이 전설들을 통해 우리는 고대 사람들의 삶과 가치관을 다시 한번 되새겨볼 수 있다.
구두룡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여러 생각에 잠겨 있던 중, 해적선은 결국 호수 끝에 있는 항구에 도달했다. 해발 724미터에 위치해 있는 작은 마을이다. 고요하고 깨끗한 마을 풍경은 그 어떤 도시의 일상과도 다른 평화로움을 안겨주었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고, 맑고 깨끗한 순백의 자연과 함께 숨 쉬고 있었다. 나는 잠시 그들의 삶 속에 스며들며 이 순간을 온전히 즐기고 싶었다.
신사를 뒤로하고 다시 호수 앞에 섰을 때, 해가 기울고 있었다. 물이 조금씩 금빛으로 물들고 있었고, 잔잔한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나는 그 순간, 이런 생각을 했다. ‘사람의 마음도 이 호수처럼, 깊고 잔잔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곳에서 가장 매력적인 점은 무엇보다도 후지산이 아시노 호수에 완벽하게 반사되어 보이는 풍경이다. 그 모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황홀하다. 하코네 여행 중 후지산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관망할 수 있는 아시노코는 아마도 이 지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일 것이다. 물과 산이 이렇게 완벽하게 어우러진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정말 드물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하코네 여행(箱根観光)은 '사카사 후지'라는 말을 꼭 기억할 필요가 있다. '맑은 아시노코 위에 거꾸로 비친 후지산', 그 말 그대로, 하얀 눈으로 덮인 후지산의 모습이 맑고 고요한 호수 위에 완벽하게 반영된다. 이 모습은 그저 눈으로만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을 자아낸다. 물결에 흔들리는 후지산의 반영을 바라보며, 나는 자연의 경이로움에 한동안 말문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하코네의 하루가 저물어간다. 아시노코 호수는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불빛 하나 없는 고요한 밤, 물 위를 지나가는 바람 소리와 나무의 숨결만이 남는 그 시간. 오늘 나는 그 어둠을 안고 숙소로 향한다. 몸이 먼저 피곤해지기보다, 마음이 먼저 느려지는 밤, 그런 밤이 있어, 사람은 다시 길을 떠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호숫가에서 잠시 쉬며 이곳 사람들의 삶을 엿본 후, 우리는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가케가와(掛川)를 거쳐 신칸센(新幹線)에 몸을 싣고 도요하시(豊橋)로 가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가케가와를 향해 가면서도 몸은 여전히 아시노코에 머물러 있었다. 아시노코에서의 그 경이로운 풍경이 여전히 내 마음속에 머무르며 떠날 생각이 없는 듯했다. 호수와 숲, 그리고 후지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곳, 그곳에서의 여행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고교 시절 읽었던, 지금은 무슨 내용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하코네에서 온 편지’, 막연하게 하코네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나의 하코네 여행은 그 시절의 설렘과 기대를 온전히 이뤄낸 여정이었다.
*위 사진 출처: https://wallhere.com/ko/wallpaper/2086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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