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십 하고도 다섯 번째 추석을 맞으며

by 조영환


육십 하고도 다섯 번째 추석을 맞는다.
조카가 11월에 결혼한다고 인사를 온다고 한다.
시간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
그렇게 65년이 지나 오늘에 이르렀다.


나이가 들수록,
후회되는 일들이 줄어들면 좋겠다는 바람과는 달리
후회는 오히려 조금씩 늘어만 간다.


이제는 안다.
나이가 들수록 후회란
단순히 ‘잘못한 일’이 아니라
‘놓쳐버린 마음들’로 남는다는 것을.


그때는 별일 아닌 줄 알았던 말 한마디,
잠시 미뤄두었던 안부 전화 하나가
세월이 흐른 지금,
가슴 한편을 오래도록 두드린다.


젊은 날에는 시간이
무한히 주어진 줄 알았다.
부모님은 언제나 거기 계실 줄 알았고,
친구는 연락하지 않아도
마음이 닿아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세월은 우리를
조용히, 그리고 확실히
서로 다른 방향으로 데려간다.
그 사이 ‘다음에 해야지’ 하던 약속들은
하나둘 지워져 간다.


돈을 벌기 위해 애쓰던 날들,
남의 시선을 의식해 내 인생을 태우던 시간들,
정작 소중한 나를 찾지 못했던 일,
감정이 식기 전에 “미안해” 한마디 하지 못했던 순간들,
끝내 “사랑해”라고 말하지 못한 기억들.


이런저런 이유로
좋아하는 일을 하지 못한 것,
걱정만 하다 진짜 삶을 놓쳐버린 것은 아닐까.
매년 돌아오는 추석이지만,
올해는 유독 그런 생각이 깊어진다.
나만 그런 것일까.


돌아보면 그 모든 일들이
조금만 더 사랑하고,
조금만 더 용기 냈더라면
달라졌을지도 모를 이야기들이다.


건강은 언제나 ‘있으니까 괜찮다’고 여겼지만,
이제는 하루의 컨디션이 곧 마음의 날씨가 된다.
젊은 날의 무모함이
이제는 몸의 기억으로 남는 걸 느낄 때마다,

‘조금 더 아껴둘 걸’ 하는 생각이 스친다.


무엇보다 후회되는 건
‘나 자신’을 너무 오래 미뤄둔 일이다.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달리느라
정작 내 마음의 목소리는
자주 묵음 처리해 버렸다.


그래도 다행이다.
후회는 아직 늦지 않았다는 신호이기도 하니까.
아직 마음이 뜨겁게 반응하고,
무언가를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여전히 ‘살아 있는 마음’이라는 뜻이다.


오늘 나는
그 오래된 후회들을 하나씩 꺼내
따스한 햇살 아래 말려본다.
그늘이 걷히면,
그 속에서도 여전히
배움과 깨달음의 온기가 남아 있음을 안다.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그것이면, 이 가을의 햇살처럼
충분히 따뜻한 한 해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Thebc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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