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여기까지 왔구나.”
예순다섯 해를 살았다는 사실은
원래부터 알고 있던 일이었는데,
주름 하나, 눈가의 흐릿한 빛 하나가
그 사실을 새삼 또렷하게 증명해 보일 때,
마음은 괜히 한 박자 늦게 따라온다.
나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늙는 건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순서라지만,
그걸 이해하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 사이에는
꽤 깊은 골이 있다.
그래서 어떤 날은,
이 당연함이 유난히 서글프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진 속에 남은 시간의 흔적들은
그저 낡아진 자국이 아니라
살아낸 증거다.
기다렸던 날들, 견뎌낸 계절들,
쉽지 않았던 선택들까지
얼굴은 다 기억하고 있다.
젊음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형태를 바꾼다.
속도는 느려지고, 대신 깊이가 생긴다.
선명함은 옅어지지만
이해는 넓어진다.
늙는다는 건
무언가를 잃는 일 같지만,
사실은 너무 많은 시간을 통과해
이만큼 남아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오늘은
사진 속 내 얼굴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잘 왔어.
여기까지 오느라, 정말 수고 많았어.”
서글픔이 올라오는 날이라도 괜찮다.
그 감정마저도
지금 이 나이가 되었기에
느낄 수 있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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