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이 몹시 그리워질 땐/조영환
문득문득, 아름다운 바다가 떠오른다.
하얀 파도가 부서지는 금빛 모래사장,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진 에메랄드빛 바다,
그리고 바닷바람에 실려오는 짭조름한 소금기까지.
커피 잔에 보글거리는 거품처럼
촘촘하게 새겨 놓은 추억들이 몹시 그리워진다.
때론 아주 짧은 순간이겠지만,
그 순간마다 가슴은 따뜻해지고
삶은 기쁨과 감사로 풍요로워진다.
시원한 파도가 발목을 스치고,
부드러운 모래가 발바닥을 감싸는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그 느낌
찰랑이는 머리카락이 기억하고 있는
바닷바람도 몹시 그리워진다.
문득문득, 예쁜 바다가 떠오른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소리,
끼룩끼룩 갈매기 울음소리,
사각사각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싸박싸박 걷던 발자국 소리,
소쇄하게 대숲을 흔들던 바람 소리가 몹시 그리워진다.
달빛이 산으로 내려오는 소리,
햇살이 마을로 내려오는 소리,
방어진항 어물전에 흩어졌던 삶의 소리,
붉게 물든 억새가 바람결에 부딪치며
가을로 가을로 예쁘게 물들어 가는 소리까지.
유쾌하게 한 바탕 웃고 떠들며
행복하게 걸었던 여정이 새겨진
해파랑길이 몹시 그리워진다.
문득문득, 푸르른 바다가 떠오른다.
몽돌을 베고 누워 바라본 하늘,
구름이 오가며 그려줬던 그림,
풍경으로 들어가 그림이 되었던 순간까지.
바다가 들려주는
철썩 노래가 몹시 그리워진다.
따뜻하게 마음을 감싸 주었던 햇살,
금빛 모래사장을 쓰러 내리던 물결,
푸른 하늘을 배경 삼아
고즈넉이 바다에 엎드린 어촌마을,
때론 평온함을,
때론 이번 생 내내 활력이 되어
세상 모든 걱정과 근심이 사라지는
행복했던 기억이 몹시 그리워진다.
문득문득 그리운 바다가 떠오른다.
바람에 나부끼던 손수건을
바닷가에 남겨둔 것처럼,
해파랑길에 남겨둔 아름다운 기억이
바닷바람에 실려 햇빛엽서가 되어
언제나 돌아올 것임을 알고 있기에
예쁜 바다를 바라보며 걸었던
해파랑길 추억이 아련히 떠오르면
몹시 심한 해파랑길 앓이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