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에게나 친절하고 싶지는 않다>
한때는 인정받기 위해 애를 썼다.
타인이 나의 존재를 알아주길 원했고, 인맥이 성패를 좌우한다고 착각했다. 인정받겠다는 분별없는 욕심은 많은 걸 포기하게 했다. 타인을 만족시키기 위해 스스로의 존재를 등한시해야 했고, 원치 않는 코스프레로 감정과 마음을 도외시해야만 했다.
행복하지 않았다.
어느 날 물거품으로 변해가는 스스로를 느꼈다.
온 신경과 감각은 남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타인의 기분과 감정을 감지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정작 자신의 기분과 감정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방임했고, 스스로에게 무책임해져 갔다. 마음은 점점 가루가 되어 타인의 옷깃만 스쳐도 쉽게 흩날리는 무게가 되어 버렸다. 송곳에 찔린 가슴은 아물 틈 없이 상처가 뿜어내는 용암으로 나의 평야까지 잠식해 가려고 했다.
자신을 외면한 대가는 무거웠다.
비로소 관계에 대한 기준이 없었다는 걸 알았다.
인맥이 삶의 가치 판단이 될 수도 없고, 인생에 있어서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다.
허황된 관계로부터 자유로워지기로 했다.
가식적인 말과 행동으로 나를 구속하고 싶지 않았다. 마음이 불편하지 않도록 가슴이 다치지 않도록 경계가 허물어지지 않도록 자신을 존중하겠다 다짐했다.
모든 만남에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유효기간이 있다는 걸 안다. 하늘의 뜻으로 정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인위적으로 정할 필요도 있다는 걸 느낀다.
일단 일방적인 관계는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연락하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사이, 서로 간에 상대에 대한 정성이 배제된 채 한쪽의 정성과 자원만 고갈되는 만남. 이런 만남은 원하지 않고, 호의도 베풀고 싶지 않다. 상호 간에 성의가 없다면 나 또한 거절한다. 모두에게 예의는 갖추되 아무에게나 친절하고 싶지는 않다.
다음은, 건강한 영향을 줄 수 없는 사이라면 멀리하려 한다.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 부정적인 마음가짐, 무례함이 당연시되는 인품, 불쾌해지는 만남, 지치고 힘들게 하는 상대라면 마음의 거리를 두고자 한다.
그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기쁜 만남이길 바랄 뿐이다. 내게도 선한 능력이 있길 바라고, 나눌 수 있는 힘이 있길 소망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누군가를 싫어할 수 있듯, 누군가도 나를 싫어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담담히 받아들인다.
다만, 그 사람의 감정과 기분까지 헤아리는 아량은 베풀고 싶지는 않다. 그건 그 사람의 몫이지 내 몫은 아니지 않은가. 나 또한 내 몫을 함부로 휘두르지 않기 위해 조심하려 한다.
모든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고, 유지할 필요도 없다는 걸 안다.
과거 단절이 두려워 억지로 이어온 모래성을 과감히 허물고,
기름진 토양으로 만드는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나의 평야가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들로 만발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