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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노트 11. “자기 인문학, 나를 다시 읽는 시간

내 자신(인간)을 알아 가는길

by 사무엘


회사라는 이름 아래

무려 27년을 달려왔다.

그 시간은 치열했고,

순간순간 성취감도 있었고,

어쩌면 ‘나’라는 사람을 사회 속에서 증명해낸 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 시간은 어쩌면

나의 마음을 잠시 미뤄둔 시간이기도 했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방향으로,

회사에서 기대하는 마인드로,

매일매일 내가 나를 조직에 맞춰 조율하고, 세팅하고,

‘나는 누구인가’보다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몰두해 살아왔다.


그게 틀렸다는 건 아니다.

다만,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 시간 동안 나는

내 감정이 어떤 모양이었는지,

내 마음이 어떤 색을 띠고 있었는지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 비자발적 퇴직 !

그리고 그 공백 속에서 처음으로

‘나의 내면’이라는 낯선 방을 열어보게 되었다.


어색하고 복잡한 감정들.

억울함, 안도감, 막연한 두려움,

그리고 아직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의 층위들.


그때 문득,

나는 글을 통해 내 마음을 꺼내보기 시작했다.


말로 하지 못했던 것들을 문장으로 써보고,

스스로 이해하지 못했던 감정을 단어로 정리해보면서

조금씩 내 안의 물결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나는 처음 들어본 말에 스스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인문학.”


이 얼마나 정확하고 절묘한 말인가.

누구의 지식도 아닌,

세상의 사조도 아닌,

오롯이 ‘내 삶을 나 스스로 성찰하고 해석하고 의미화하는 것’.


그게 바로 지금 내가 걸어가고 있는 길이다.


우리는 왜 고전을 읽는가?

왜 수필을 쓰고, 시를 읽고, 철학을 공부하는가?


그건 결국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고,

그 사람 중에서도 가장 깊이 이해해야 할 ‘나 자신’을 탐색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내가 요즘 글을 쓰고,

감정을 정리하고,

매일의 단상을 기록하는 건

단지 기록이 아니라,

내 안에 잠들어 있던 또 다른 ‘나’를 깨우는 작업이다.


그것이 바로 나의 인문학이고,

지금,

나는 조용히

내 인생이라는 고전을 천천히 다시 읽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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