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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노트 13. “두 얼굴의 열정”

열정은 고집으로, 남다른 통찰은 불편한 조언으로!

by 사무엘


내 이름을 말하면

많은 동료, 선배, 후배들이 이렇게 말한다.


“아, 그분. 열정 대단하지.

에너지 넘치고, 늘 긍정적이고, 변화와 혁신을 진짜 즐기는 사람이지.”


그 말들은 나에 대한 기본 인사 레퍼런스였고,

나 역시 그 열정이 내 삶의 원동력이라 믿어왔다.

실제로 나는 그 힘으로 수많은 문제를 해결했고,

노사관계, 조직문화, 리더십 변화의 현장을 온몸으로 살아냈다.


하지만 퇴직 이후,

문득 돌아보게 되었다.


그 열정은 나의 가장 강한 무기이자,

가장 날카로운 약점이기도 했던 건 아닐까.


실무자일 때는 열정이 빛났다.

무엇이든 해보겠다는 패기,

모든 사안을 미래지향적으로 끌고 가려는 추진력,

그건 분명 나를 성장시켰고, 조직도 좋아했다.


하지만,

임원이 되고 나서도 나는 같은 방식으로 달렸다.

그 열정을 조절하지 못한 채,

젊은 시절의 속도를 그대로 끌고 왔다.


그게 내 본성이었고, 의도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나는 회사가 말하는 인재상,

‘적극적이고 창의적이며 변화지향적인 사람, 다양성을 추구하는 리더’이라는 말을

너무 곧이곧대로 믿었던 것 같다.


그 인재상이

어느 시점까진 나를 끌어올렸지만,

임원을 넘어서면서는 그 열정이 ‘경계 없는 간섭’이 되고,

조직 내 균형을 흔드는 고집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좋게 보면 나는 순수했다.

나쁘게 보면 융합이 어려운 사람.

열정은 고집으로,

남다른 통찰은 불편한 조언으로,


그리고 나는 결국

적절한 거리두기와 감정조절을 배우지 못한 임원으로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내 스스로 나를 객관화 해본다.


어쩌면 나는

너무 진심이었고, 너무 앞서 나아가 있었고,

너무 먼저 보였던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뚜렷해진다.

“오늘의 결과는 어제까지의 과정의 총합이다.”


나는 지금,

그 과정의 총합을 솔직하게 마주하고 있고,

그 안에서 무엇을 버릴지,

무엇을 껴안을지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서 있다.


열정은 여전히 내 안에 있다.

이제는 그 열정에 속도 조절장치를 달고,

한 박자 늦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열정이 아니라,

나를 위해 단단히 다져가는 열정으로 바꿔가야 할 시간.


그리고 그 변화를 지금부터 기록해 나갈 것이다.

한 타 한 타처럼,

한 줄 한 줄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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