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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노트 18. 결핍은 열등감이자 내가 사는 이유다.

“결핍은 나를 키웠지만, 이제는 내가 결핍을 길들인다”

by 사무엘


나는 늘 스스로를 밀어붙이며 살아왔다.

‘나중’이란 말을 미뤘고, ‘지금’이라는 시간 안에서 최대치를 끌어내려 했다.

그 치열함의 이면에는 언제나 하나의 감정이 숨어 있었다.


결핍.


그것은 단지 어떤 것이 없다는 뜻이 아니었다.

내가 안고 있던 결핍은 ‘더 나아가야만 하는 이유’였고,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내면의 불편함에서 비롯된 불씨였다.


돈이 없었기에 더 간절했고,

자리를 지켜야 했기에 더 책임졌고,

인정받지 못한 기억 때문에 더 열심히 일했으며,

사랑받고 싶어서 더 사람을 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단지 ‘일을 잘하려고’ 노력한 게 아니라,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그리고 나 자신을 지탱하기 위해 살아왔던 것 같다.


결핍은 그 자체로

사람을 움직이는 원초적 에너지다.

그건 살아 있는 사람만이 느끼는 갈망이며,

그 갈망이 없었다면

나는 이토록 많은 경험과 책임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핍이 항상 건설적인 것만은 아니다.


지나친 결핍은 마음을 들쑤시고,

삶을 소진시키며,

자기 자신을 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목표를 이루어도

기쁨보다 공허가 먼저 찾아오고,

남들의 칭찬이 있어야만 성취가 성취처럼 느껴지고,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말이 도무지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결국 나는 어느 순간부터

“더, 더, 더”라는 주문에 홀린 사람처럼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이 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결핍은 동기의 불씨이지만,

그 불을 다루지 못하면 나를 태우는 불행이 된다.


이제는 그 사실을 깨닫는다.

불씨는 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불이 너무 번지지 않도록

조절하고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이제

결핍을 인정하되, 끌려가지 않기로 했다.


결핍이 나를 성장시켰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부족해야 앞으로도 뭔가를 이룰 수 있다”는 착각 속에 머물고 싶지는 않다.


이제는 결핍이 나를 밀어붙이지 않아도

내가 스스로를 이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결핍은 내면의 근육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 근육을 피로하게 움직이는 대신,

단단하고 유연하게 쓰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제는 내가 결핍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내가 결핍을 길들이는 시기로 넘어가야 한다.


그것이

인생 3막에서 내 삶을 다루는 방식이 되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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