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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노트 23. 내가 만든 나만의 바퀴로 산다.

“큰 바퀴 속의 작은 나 vs 내가 만든 나만의 바퀴”

by 사무엘


어제는 ESG 프로그램 참석차

서울 성수동을 다녀왔다.

요즘 가장 ‘핫’하다는 그곳엔

대낮임에도 사람들로 가득했다.

젊은 창작자들, 외국인 관광객, 프리랜서, 커피를 즐기는 직장인들…

누구는 전동 킥보드 위에서,..

누구는 루프탑 카페에서,..

누구는 골목의 공방에서...

각자의 삶을 각자의 리듬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 장면은 내게 다소 낯설고도 부러운 풍경이었다.

늘 공장과 회의실, 보고서와 사람 사이를 오가며

조직이라는 큰 시스템의 톱니바퀴로 살아왔던 나로선

‘저런 삶도 세상 안의 또 다른 바퀴들이구나’ 하는

신선한 자각이 밀려왔다.


그들은 나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그러나 분명히 세상을 함께 굴리는 바퀴들이었다.

그것이 인상 깊었고,

또 동시에 내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세상 속에 존재할 것인가?”

“계속해서 큰 조직 안의 작은 바퀴로 살 것인가,

아니면 이제는 나만의 바퀴를 만들어 굴려볼 것인가?”


세상은 거대한 톱니바퀴다.

보이지 않지만,

수많은 바퀴들이 돌아가며

이 사회라는 엔진을 움직이고 있다.


그 중에는

회사의 톱니도 있고,

자영업자의 회전축도 있으며,

예술가의 물레도 있고,

가정이라는 굴레 속 작은 기어도 있다.


그리고 나는

그동안 한 대기업의 한 축을 책임지며

충실히 돌아가던 하나의 바퀴였다.


공장에서, 본사에서, 해외에서

나는 정해진 리듬에 맞춰 일했고

그 안에서 조직을 움직이는 바퀴의 일원으로 살아왔다.

그 바퀴는 정교하고 정확했고,

그 안에서 나는 많은 것을 배웠고 성장했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 바퀴에서 빠져나와

처음으로 이렇게 묻게 된다.


“이제 나는 어떤 바퀴를 돌리고 싶은가?”


다시 누군가의 시스템에 들어가

정교하게 돌아가는 하나의 톱니로 살아갈 수도 있다.

혹은,

덜 정교하더라도

내가 만든,

내가 속도와 방향을 정하는 바퀴를 굴릴 수도 있다.


그 바퀴는 처음엔 삐걱댈 수도 있고,

속도가 일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바퀴가 내 것이고,

그 중심축에 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삶의 결이 달라질 수 있다.


성수동에서 보았던 그 수많은 바퀴들.

누구는 브랜드를 만들고,

누구는 글을 쓰고,

누구는 커피를 내리고,

누구는 예술을 굴리고 있었다.


그들도, 나도

결국은 세상이라는 큰 바퀴 안에서

각자의 축으로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나는

조금은 불안정하더라도

나만의 바퀴를 설계해보고 싶다.

그 위에 나의 경험과 가치, 철학을 얹어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굴러가고 싶다.


그 바퀴는

나를 닮고,

내가 믿는 방향을 향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 그 옆에 와서

자기 바퀴를 기댈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이 바퀴를

세상의 큰 기어에 종속되지 않고

내 속도로, 내 생각으로 굴려왔다고.”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이 내 인생 3막의

가장 분명한 정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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