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에서 시작된 열정, 인정받고 싶었던 나의 긴 여정
“사람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고,
인정받기 위해 자기를 소모하기도 한다.”
— 앤서니 스토 (Anthony Storr, 영국 정신과 의사)
처음엔 결핍이었다.
어린 시절, 그리고 사회 초년생 시절,
나는 뭔가 채워지지 않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일했고,
더 많은 성과를 내고,
더 크게 인정받고 싶었다.
이해받고 싶은 마음,
존중받고 싶은 마음,
그리고 누군가의 진심 어린 한마디에
다시 힘을 내는 나를 스스로 느꼈다.
그렇게 몇 년, 아니 몇십 년을 달렸다.
그 과정에서 나의 ‘일’은 단순한 생계수단이 아닌
사명감의 이름을 갖게 되었고,
‘000’이라는 내 이름 앞엔
언제부터인가 ‘열정’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그 사람은 정말 열정이 있는 사람이야.”
“어떤 일이든 뜨겁게 파고들지.”
그건 분명 내게 주어진 인정의 훈장이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뜨거움이 때로는
조직 안에서 부담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일에 몰입할수록,
그 열정이 남들의 시선엔
‘오버’나 ‘선 넘음’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온도가,
조용히, 그러나 서서히
조직 내에서 불편함으로 읽혔는지도 모른다.
나는 열심히 달려왔지만,
그 열정이 주변의 불편함으로, 긍정보다는 부정적 인상으로 각인되기 시작하여
예기치 않은 퇴장의 서막이 되었음을
이제야 조심스레 인정해 본다.
그렇다고 이 모든 시간이
헛된 건 아니다.
그 열정이 지금의 나를 만든것이다.
그 열정은 거짓이 아니었고,
그 결핍에서 피어난 노력은
누구보다도 진심이었으니까.
다만,
이제는 온도를 조절해야 한다.
세상을 태우기보다
나를 덜 태우는 방식으로 따뜻함을 나누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게 아마,
두 번째 인생에서 내가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리더십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