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부터 보험, 요리까지—리더십의 외연을 넓히는 중입니다
"무지를 부끄러워 말라. 부끄러운 것은 무지를 숨기는 것이다."
— 벤저민 프랭클린 (Benjamin Franklin, 미국의 정치가·발명가)
퇴직 이후,
나는 삶의 전면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일과 사람에 있어선 누구보다도 깊은 통찰을 갖고 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일상의 기본기에서는
생각보다 많이 허술했다는 걸
요즘에서야 조금씩 깨닫고 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활용은 물론이고,
차량 구매, 보험 상품 비교, 계좌 관리,
마트 장보기, 쓰레기 분리수거, 간단한 요리…
이런 것들은
그동안 ‘일상’이 아니라 ‘서포트 영역’이었다.
회사에서, 집에서,
누군가가 해주는 일이었고
나는 오롯이 ‘전문가의 역할’에만 몰입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것이
나의 손을 다시 필요로 한다.
"디지털은 아직 서툴지만 해봐야지."
"보험 약관, 천천히라도 읽어보자."
"라면만 끓이던 내가, 닭볶음탕을 만들게 될 줄이야."
이런 작은 시도들이
지금의 내게는 마치
현장 리더가 처음 입사하던 날의 마음처럼 느껴진다.
내가 Hands-on Management 스타일의 리더였던 건 맞다.
사람을 직접 보고,
상황을 파악하고,
현장에서 실전 감각을 발휘하며 문제를 풀어왔으니까.
하지만 그건
'조직 안에서의 손'이었다.
이제는 '인생이라는 조직'에서,
‘실생활’이라는 현장에서
내 두 손을 다시 훈련시켜야 하는 시점이 된 것이다.
조금은 늦은 듯한 배움이지만,
지금이기에 더 진실하고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배움이 늦었다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은
배움의 필요를 외면하는 일이다.
이제 나는 안다.
리더십은 강의실이나 회의실에서만 다듬어지는 것이 아니라,
라면 하나 끓이고, 보험 하나 고르는 순간에도
자신을 정비하고 성장시키는 태도에서 자라나는 것임을.
디지털도, 가정경제도, 식탁도
모두 다시 배워가는 지금,
나는 또 하나의 ‘초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이 초심이야말로
내 인생 3막의
가장 따뜻하고 겸손한 출발점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