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나이테로 말한다, 사람은 무엇으로 말할수 있는가
"사람은 두 번 늙는다. 한 번은 몸으로, 한 번은 마음으로."
— 파울로 코엘료 (Paulo Coelho, 브라질 작가)
오늘 아침,
베란다 너머로 창밖을 내다보다가
문득 아파트 너머 메마르고 황량했던 동네 야산이 연푸른 녹음으로 변한것에 시선이 멈췄다.
겨우내 앙상했던 가지에서
파릇파릇 새잎이 돋아나고 있었다.
언제 이렇게 짙은 녹음을 품었을까 싶을 만큼,
봄은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그 나무를 안에서부터 바꾸고 있었다.
그 순간 나에게 질문이 찾아왔다.
“사람은 매년, 무엇으로 자라나는가?”
나무는 한 해를 살고 나면
몸속에 나이테를 남긴다.
겉으로는 큰 변화가 없어 보여도
속에서는 수천 번의 바람과 비,
햇살과 계절을 견디며
또 하나의 생의 궤적을 그린다.
그렇다면 인간은?
해마다 한 살씩 나이를 먹고,
어느 순간부터는
몸보다 마음이 먼저 늙어간다.
겉모습은 그대로인 듯해도
속에서 감정이 무뎌지기도 하고,
반대로 더 예민해지기도 한다.
때로는 지혜가 늘기도 하고,
때로는 고집이 굳어지기도 한다.
우리는 과연 지금
'성장'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늙어가는' 것일까.
결국, 성장은 늙음의 반대말이 아니다.
표가 나지 않아도,
그 사람의 내면에 어떤 ‘결’이 새겨지고 있느냐가
진짜 성장의 기준이 아닐까.
나무는 말이 없다.
그러나 수십 개의 나이테로
"나는 견뎠고, 또 살아냈다"고 말한다.
사람도 그렇다.
세월은 흘러가고
우리는 나이테 대신
‘경험’이라는 층을 하나씩 쌓아간다.
그 경험이
더 단단하고 부드러운 사람을 만든다면,
우리는 나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잘 익어가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오늘 본 나무 한 그루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를 한참이나 바라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속삭이는 듯했다.
“조급해하지 마.
성장은 항상 안에서 먼저 시작되는 거니까."
유행가 가사의 "인생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