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에서 벗어나보니 보이는 것들.
"인간은 자기가 가진 것의 1퍼센트만 알고 살아간다."
—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
나는 오랫동안 믿어왔다.
내 삶은 회사라는 궤도 위에 놓여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루하루 업무를 해결하고,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다듬고,
노사관계를 안정시키는 일이
나라는 사람의 거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아침에는 회의, 낮에는 보고서, 저녁에는 조율.
27년간 그렇게 살아왔다.
그렇게 사는 것만이 '정상'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퇴직이라는 사건은
내가 단 하나의 색깔만 가진 존재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었다.
정상 궤도에서 벗어나자,
그제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
내 안에 숨어 있던 또 하나의 우주를.
나는 지금, 무려 10권이 넘는 책을 기획하고 있다.
시를 쓰고, 에세이를 쓰고,
리더십을 다시 성찰하고,
조직문화를 새롭게 바라보고,
노사관계를 재구성하려고 하며,
안전과 코칭을 연결짓고,
그리고 ESG경영을 인간 중심으로 풀어내려 하고 있다.
한때는 몇 개의 업무 범주가 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나는 깨달았다.
정상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가둔 것은 나 자신이었고,
벗어나야 비로소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오랫동안,
업무만 하고, 규칙만 따르고, 매뉴얼만 지키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 내 안에는
시를 써내려가는 감성,
에세이를 펼치는 사유,
리더십을 재구성하는 통찰,
노사관계를 인간관계로 풀어내는 상상력,
안전과 코칭을 사람의 성장과 연결하는 따뜻한 전략,
ESG를 공동체 정신으로 끌어올리려는 비전까지
깃들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다행히 그간의 내 열정은 아직은 살아있다.
내가 몰랐던 '나'를 만나고 있다.
이 만남이야말로,
내 인생의 가장 큰 기적이다.
가끔은, 벗어남이야말로 진짜 만남이다.
가끔은, 흔들림이야말로 진짜 탄생이다.
흔들리는 지금 이 순간,
나는 내 안의 우주를 한 걸음 한 걸음 발견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