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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트 23. 상처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55세 퇴직, 불행인가 or기회인가?

by 사무엘


"인생에서 가장 깊은 상처는, 가장 위대한 각성을 가져온다."

– 빅터 프랭클 (Victor Frankl, 오스트리아 정신과 의사)


55세, 예상치 못한 퇴직.

그 순간은 마치 거대한 파도가 나를 삼켜버리는 듯했다.

여전히 달릴 수 있다고 믿었던 나,

조금만 더 버티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던 나는

삶이 던진 '멈춤' 앞에 속수무책으로 서 있었다.


처음엔 이 모든 것이 상처였다.

왜 나인가, 왜 지금인가.

자존심이 흔들리고, 존재감이 가라앉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깨달았다.


빅터 프랭클의 말처럼 가장 깊은 상처는, 가장 위대한 각성을 데려온다는 것을.


퇴직은 내게 아픔을 남겼지만,

동시에 나를 깨우는 거대한 종소리이기도 했다.

"이제 너의 인생 3막을 준비할 때가 왔다"고.


생각해보면, 60세까지 편안하게 일하다 은퇴했다면

나는 과연 지금처럼 내 삶을 깊게 성찰했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조금 더 오래, 조금 더 안락하게,

조금 더 타성에 젖어 살아갔을 것이다.

이런 글을 쓸 이유가 굳이 없다.


그렇다.

지금 55세의 나는, 남들보다 조금 일찍 깨어난 것이다.


준비 없는 3막은 없다.

성찰 없는 3막은 없다.

각성 없는 3막은 없다.


이제 나는 안다.

인생 3막은 그냥 오지 않는다.

준비하는 자에게만 열린다.


요즘 나는 새벽 헬스장에 간다.

아침 공기를 가르며 몸을 움직인다.

땀방울이 흐를 때마다 느낀다.


몸이 깨어나야, 마음도 깨어난다는 것을.

움직이는 자만이 다시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을.


미래의 내가 오늘의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그 사실 하나가 나를 다시 걷게 만든다.


55세의 퇴직은 결코 불행이 아니었다.

오히려 인생 3막을 설계하기 위한 가장 큰 선물이자,

나를 다시 삶의 중심으로 초대하는 귀한 기회였다.


상처는 아프지만,

그 덕분에 나는 다시 걸을 수 있다.


더 크게, 더 단단하게, 그리고 더 따뜻하게.


상처가 없었다면,

나는 결코 이 길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 삶의 에세이, 시....자기 인문학은 없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상처 위에 나만의 다리를 놓고 있다.

그리고 그 다리를 건너,

조금 더 깊어진 내가 되어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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