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걷는다는 것
등산을 하면서 느낀다. 모처럼 동네인근 왕복 4시간 산행을 하며 봄기운을 실컷 마셨다.
살아보니 알겠다.
인생은 결국 버텨내는 것이다.
좋을 때는 그저 속도에 취해 몰랐지만,
언제나 진짜 힘은 무너지지 않는 데서 나온다.
무너지더라도 일어서는 것,
그것이 진짜 회복탄력성이다.
예전엔 넘어지면 창피했다.
어릴 때는, 사회 초년생일 때는,
넘어진 것 자체가 실패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알게 되었다.
넘어지지 않고 살아가는 인생은 없다는 걸.
진짜 문제는 넘어지는 게 아니라,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나같은 X세대들은 그 사실을 몸으로 배웠다.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수없는 구조조정과 회사 통폐합의 파도를 맞으면서도
우리는 버텨냈다.
버티는 동안 조금씩 다듬어지고, 부드러워지고, 강해졌다.
그리고 오늘, 또 한 번 꺾이는 순간을 맞았다.
퇴직이라는 이름의 충격.
예고 없이 맞은 인생의 급커브.
하지만 다시 깨닫는다.
'오히려 좋아.'
오히려, 이 계기로 나는 다시 성장할 수 있다.
회사가 준 타이틀이 없어져도,
나라는 사람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시 등산을 생각해본다.
오를 때도 힘들지만, 내려올 때도 쉽지 않다.
오히려 내려올 때 무릎이 더 아프다.
그런데도 우리는 내려가야 다음 산을 오를 수 있다.
계속 위로만 가는 삶은 없다.
인생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거대한 트레킹이다.
내려가는 길이 끝이 아니라,
다음 오르막으로 향하는 중간 지점일 뿐이다.
인생 2막을 통과하고, 이제 인생 3막을 준비하는 나.
넘어짐을 두려워하지 않고,
잠시 주저앉아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다시 한 발을 내딛는다.
버텨낸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가는 것이다.
아직 미지근한 용기라도 좋다.
아직 흔들리는 마음이어도 좋다.
중요한 건,
다시 걷고 있다는 사실이다.
회복탄력성이란, 단단함이 아니다.
넘어지면서도 다시 걷는 용기다.
흔들리면서도 다시 마음을 추스르는 의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믿음을
작게나마 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