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노트 2. 퇴직후 느끼는 두려움에 대한 생각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by 사무엘


“두려움은 마치 그림자와도 같다. 등을 돌리면 따라오지만, 마주 서면 사라진다.”

– C.S. 루이스 (영국 작가)


직장생활 27년, 그중 6년은 상무라는 이름을 달고 살았다.

매일 아침 알람에 맞춰 일어나고, 예측 가능한 일정에 따라 회의를 하고, 주어진 책임 안에서 결정을 내리는 삶.

그 세계는 ‘안정’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질서의 세계였다.


그런데 퇴직 후,

그 질서가 무너졌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그 안에서 스스로 만든 ‘예측 가능한 세계’의 틀이 사라졌다.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단 한 번도 '퇴직 이후의 삶'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오늘 하루, 이번 분기, 올해 실적…

늘 '지금 여기'를 살아왔고, 미래는 막연하게만 여겼다.

그러니 그 익숙한 세계가 끝나는 순간,

미지의 삶에 대한 두려움은 피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사실, 나만 그런 건 아니다.

누구라도 비슷할 것이다.

예측 가능했던 일상, 소속감, 책임과 역할, 이름이 주는 무게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순간,

사람은 본능적으로 불안해진다.

그 불안은 곧 두려움으로,

그 두려움은 자기 회의로 이어진다.


'나는 누구인가?'

'이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을까?'

'정말 내가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을까?'


그런데 며칠, 몇 주… 글을 쓰고, 운동을 하고, 돌아보며 알게 되었다.

두려움은 내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증거라는 것을.


두려움을 느낀다는 건,

아직 도전하고 싶고,

아직 증명하고 싶고,

아직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뜻이다.

그 감정은 '끝'이 아니라, 어쩌면 내 인생 3막의 문을 여는 열쇠일지 모른다.


지금 나는 두려움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림자처럼 따라오는 그것을 가만히 마주 보고, 조용히 묻는다.


“나는 지금,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그리고 나직이 답해본다.

"나를 증명해 내지 못할까봐 걱정인가?

지난날 경험과 통찰을 꺼집어 내도 인정 못 받을까봐?"


그래도 좋아. 어차피 사회에 필요한 것들이니까!

괜찮아. 내가 아직도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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