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퀵실버’ 에반 피터스 “‘엑스맨’, Rock On!”

영화 ‘엑스맨 : 아포칼립스’

by 나효진

마블 코믹스 속에 등장하는 히어로라는 점을 빼고, ‘어벤져스2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과 ‘엑스맨’시리즈의 피터 막시모프/퀵실버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전자가 여동생을 끔찍이 사랑하는 근육질의 건강한 성인 남성이라면, 후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을 즐길 줄 아는 장난기 다분한 소년이죠. ‘어벤져스2’의 퀵실버는 애런 존슨이, ‘엑스맨’ 시리즈의 퀵실버는 에반 피터스가 맡았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배우는 지난 2010년 ‘킥 애스 : 영웅의 탄생’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는 사이죠.


또 ‘어벤져스2’에서는 퀵실버가 에릭 랜셔/매그니토의 아들이라는 설정이 드러나지 않지만, ‘엑스맨’ 시리즈에서는 매그니토 말고는 다 아는 공공연한 사실로 다뤄집니다. 복잡하게 얽힌 ‘어른들의 사정’ 탓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기는 하지만, 같은 인물이 이토록 다르게 그려질 수도 있다는 건 매우 흥미롭네요.


두 퀵실버 모두 인기가 높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보다 코믹한 면모가 많은 ‘엑스맨’ 시리즈의 퀵실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좀 더 많아 보입니다. ‘어벤져스2’의 퀵실버는 동생 완다 막시모프/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 분)에 비해 비중이 적었던 탓도 있을 듯합니다. ‘엑스맨’ 프리퀄 트릴로지의 2편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에서 첫 등장한 퀵실버는 적은 분량에도 남다른 존재감을 자랑했는데요. 오는 25일 개봉하는 ‘아포칼립스’에서도 역시 그랬습니다.


movie_image (10).jpg


지난 19일 ‘아포칼립스’의 언론시사회 직후 브라이언 싱어 감독, 진 그레이 역의 소피 터너, 퀵실버 역의 에반 피터스가 참석한 화상 기자간담회가 열렸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퀵실버 특유의 은발과 고글을 걷어낸 에반 피터스의 모습이 새로웠죠. 그러나 첫 인사로 “코리아~!”를 외치는 그에게서 이내 퀵실버의 활발함과 장난기가 엿보였습니다.


언급했던 것처럼 ‘킥 애스 : 영웅의 탄생’에서 만났던 애런 존슨과 같은 캐릭터를 연기한 에반 피터스인데요. 이에 대해 “애런 존슨의 연기를 봤어요. 굉장히 마음에 들었고, 제가 한 퀵실버와 다르더라고요”라고 말문을 연 그는 “동생인 스칼렛 위치도 멋졌고요. 그 작품에서 퀵실버가 죽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요. 우리 작품과는 선의의 경쟁을 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직접 그와 얘기한 적은 없어요”라고 밝혔습니다.


극 중 퀵실버의 분량은 매우 적지만,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이 캐릭터에 상당히 많은 공을 들인 듯했습니다. 한 달 정도 걸려 촬영을 마쳤고, 그가 사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시각 효과와 물리적 효과를 동원했다는데요. 세트장이 거의 폭발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거기에 에반 피터스의 노력과지 맞물리니, 매우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됐다는 자평도 곁들였습니다. 에반 피터스 역시도 “퀵실버가 등장하는 장면은 항상 재밌어요. 특수 효과에 음악까지 활용돼 좋은 장면이 탄생한 것 같습니다. 초능력도 재미있고 ‘시간이 멈춘다면 어떻게 할까’라는 주제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해 주기도 하고요”라고 말을 보탰습니다.


퀵실버의 능력과 매력에 대한 질문도 나왔습니다. 에반 피터스는 “거만함이 사람들에게 매력으로 다가가는 것 같아요. 세계에서 제일 빠른 사람이기도 하고”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촬영 막바지에 제가 날아야 하는 멋진 스턴트 장면이 있었는데, 다 찍고 컷 소리가 났을 때 날지 않는 제가 되니 바보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습니다. 엑스맨의 수많은 능력 가운데는 텔레파시와 염력이 탐난다는데요. 그는 “게으른 편이라 누워서 물건들을 움직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테이블 위에 놓인 물을 따서 에반 피터스에게 건네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아버지로 등장하는 마이클 패스밴더를 비롯해, 제임스 맥어보이, 제니퍼 로렌스, 니콜라스 홀트 등 최고의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것에 대한 소감도 물었는데요. 에반 피터스는 “배우로서도 멋지지만 사람으로서도 굉장히 좋은 분들이었어요. 마치 섬머 캠프를 여는 것 같았죠. 상상력이 넘치는 세계에 참여를 하고 굉장히 재미있는 일들을 많이 했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특히 니콜라스 홀트와 농담을 많이 주고 받았다나요.


이처럼 시종일관 쾌활함을 자랑한 에반 피터스는 진지한 마지막 인사를 전했습니다. 이번 영화는 매우 대서사시에 가깝고 멋진 캐릭터들이 나오기 때문에 즐겨 주길 바란다는 것이었는데요. 짐짓 근엄한 표정으로 엑스맨 포즈를 해 보이더니 “rock on(마음껏 즐기세요)!”이라고 외쳤습니다. 이제는 ‘엑스맨’ 시리즈에 빠질 수 없는 인물이 된 퀵실버 덕에 ‘아포칼립스’를 ‘rock on’ 할 수 있을 듯하네요.


[사진] ‘엑스맨 : 아포칼립스’ 포스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엑스맨’의 아버지, 브라이언  싱어의 당당함